지난달 28일 이시종 충북지사(오른쪽 둘째)와 손상목 세계유기농업학회 회장이 독일의 본대학에서 2015년 제1회 세계유기농엑스포 개최 협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맨 왼쪽이 세계유기농업학회의 게롤트 라만 재무국장, 맨 오른쪽은 임각수 괴산군수. 충북도 제공
농사꾼들 “상업적 행사…국내산업부터 육성” 반대
개최지·예산지원도 불확실…충북도 “설득 나설 것”
개최지·예산지원도 불확실…충북도 “설득 나설 것”
충북도가 의욕적으로 유치해 추진중인 2015년 세계유기농엑스포 대회가 벌써부터 졸속 우려를 낳고 있다. 무엇보다 대회의 주인공이라 할 대다수 유기농사꾼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충북도는 최근 괴산지역을 친환경 생명농업의 중심지로 발돋움시킨다는 비전을 세우고, 이곳에서 2015년에 제1회 세계유기농엑스포를 연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달 28일 이시종 충북지사가 독일의 본에서 세계유기농업학회(ISOFAR) 쪽과 유기농엑스포 개최 협약을 체결했다. 300억원의 예산으로 치르게 될 엑스포의 직간접 경제효과가 1836억원에 이른다는 장밋빛 청사진도 내놓았다.
이에 국내의 대표적인 유기농 연합단체인 환경농업단체연합회는 최근 ‘수입 유기농상품 홍보행사 위주의 2015년 세계유기농엑스포에 대한 우리의 견해’라는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다국적 유기농식품 수출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상업적 행사로 변질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독일의 한 대학연구소에 본부를 둔 학술단체가 300억원 규모의 엑스포 행사를 연다는 것에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막대한 국고를 낭비하지 말고 국내 유기농산업 발전을 위한 진정성 있는 육성대책을 수립할 것”을 충북도에 요구했다.
충북도는 아이쿱생협사업연합회 쪽이 조성중인 괴산군 칠성면 율지리의 유기농푸드밸리(117만㎡)에서 엑스포를 연다고 밝혔으나, 아이쿱 쪽의 장소 제공 약속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쿱 관계자는 “나와 이웃 그리고 지구를 진정으로 살리는 행사여야 하지, 그 가치에 어긋나는 전시성 행사가 돼서는 곤란하다”며 “이런 취지에 대한 사전 합의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에 이 지사가 지난 6일 아이쿱의 괴산 사무실을 직접 방문했지만 장소 사용에 대한 확답을 받지 못했다.
농림수산식품부도 절차상 하자, 유기농단체들과의 공감대 부족을 이유로 예산 지원에 소극적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제 행사를 유치하기 전에 농식품부와 논의해야 하는 절차를 어겨, 충북도의 공동 개최 요구를 거부했다”며 “예산 지원 여부는 사업 타당성과 유기농 단체들의 협력 여부 등을 따져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도는 농식품부와 공동 개최하고 정부 예산 150억원을 지원받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병재 충북도 농산지원과장은 “전시성 행사라는 것은 섣부른 예단이고, 앞으로 기본용역을 통해 방향을 잡고 3년 동안 잘 준비하면 유기농민과 단체 및 중앙정부를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충주/오윤주 기자
koala5@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출산 뒤 “피곤해” 거부…남편의 폭발 “내가 짐승이야?”
■ 부모가 싸울 때마다 아이는 떨고 있었다
■ 가수가 꿈이었던 알마, 꿈대신 성매매 감옥으로…
■ 검찰, ‘불법사찰’ 진경락 구속영장 청구
■ 연해주에 ‘표범 나라’ 생겼다
■ 출산 뒤 “피곤해” 거부…남편의 폭발 “내가 짐승이야?”
■ 부모가 싸울 때마다 아이는 떨고 있었다
■ 가수가 꿈이었던 알마, 꿈대신 성매매 감옥으로…
■ 검찰, ‘불법사찰’ 진경락 구속영장 청구
■ 연해주에 ‘표범 나라’ 생겼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