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반 학생의 괴롭힘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북 영주 ㅇ중학교 이아무개(13)군의 장례식이 치러진 다음날인 18일 ㅇ중학교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하고 있다. 이 학교는 이날 오전 9시께 전교생이 이군의 넋을 위로하는 묵념을 했다. 영주/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학교폭력 자살’ 영주 학교 표정
교사·학생들,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침통’
1학년 담임 전근으로 ‘자살주의군 분류’ 몰라
교사·학생들,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침통’
1학년 담임 전근으로 ‘자살주의군 분류’ 몰라
같은 반 학생의 괴롭힘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북 영주 ㅇ중학교 이아무개(13·2년)군의 담임교사도 이군이 지난해 자살주의군으로 분류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18일 드러났다. 영주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이군이 자살주의군이었다는 ‘정서행동발달 선별검사’ 결과는 ㅇ중학교 보건교사와 이군의 1학년 담임은 알았지만, 2학년 담임에게는 전달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ㅇ중학교 관계자는 “이군의 1학년 담임교사가 지난 2월 전근해, 해당 내용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금만 일찍 알았더라면…. 정말 미안해. 웃는 얼굴 보고 싶구나.”
18일 <한겨레>와 만난 이군의 담임 강아무개(36·여) 교사는 “이군이 자살주의군이었다는 사실만 알았더라도 한번 더 만나 이야기했을 텐데 너무나 안타깝다”며 눈물을 흘렸다.
강 교사는 이날 오전 수업 때 울음을 참지 못해 수업을 도저히 진행할 수 없었다. 결국 오후 수업은 같은 교과의 동료교사가 대신 맡았다.
그는 이군을 ‘활달하고 예의 바른 아이’라고 말했다. 3월부터 반 학생들을 만나 기초 면담을 했지만, 이군에게서 특이점을 찾지는 못했다고 했다. 강 교사는 “아이들에게 편하게 대했는데, 이군이 왜 이야기를 안 했을까. 내가 그렇게 어려웠을까”라고 자책하며 눈물을 그치지 못했다.
이군의 장례식을 치른 하루 뒤인 이날 ㅇ중학교 교정은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학교 쪽은 오전 9시 이군을 위한 묵념 시간을 마련했다. 이군과 같은 반 학생인 ㄱ(13)군은 “묵념을 하면서 이군이 왜 그런 선택까지 했을까 안타까웠다”며 말끝을 흐렸다. 1학년 ㄱ(12)군은 “형(이군)을 잘 모르지만 묵념을 하면서 형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김아무개 교감은 “어제(17일)는 학교에서 한 학생이 충격을 받고 운동장에 쭈그리고 앉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어 상담선생님에게 바로 데려갔다”며 “교사와 학생들 모두 충격이 심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군과 같은 반 학생들은 이군이 유서에서 가해 학생으로 지목한 전아무개(13)군이 이군을 계속 괴롭혔다고 말했다. 같은 반 ㅇ(13)군은 “전군 때문에 이군이 괴로워했다”며 “수업시간에는 연필로 찌르는 정도였으니, 아마 선생님들은 장난치는 것으로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전군이 싸우는 모습을 본 적도 없지만, 몸무게가 100㎏이 넘을 정도로 덩치가 커 무서워하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밝혔다.
경북 영주경찰서는 전군 등 가해 학생 3명과 같은 반 학생 15명의 진술서를 바탕으로 이군이 지속적인 괴롭힘을 받아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이군의 사인은 추락사로 추정되며 과거 폭행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는 부검 결과를 발표했다.
영주/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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