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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퇴직자·노인 2496명, 다단계에 털렸다

등록 2012-04-23 19:56

“수십조 사업” 속여 주식투자금 194억 가로채
점심·보너스 유인…투자자 모집 수당 주기도
38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김아무개(65)씨는 2008년 친구한테서 솔깃한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는 “ㅌ회사가 중국과 합작해 대규모 컴퓨터 개발 사업을 할 예정이니, 이 업체 주식을 사면 3년 뒤 수백배로 불어난다”며 주식 투자를 권유했다. 김씨는 “듀얼 모니터를 만드는 이 회사가 곧 삼성전자보다 더 가치가 오를 것”이라는 친구 말을 믿고 평생 모은 돈에 퇴직금까지 보태 8600만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나도 투자금이 돌아오지 않았다. 어찌 된 일인지 수소문해보니 모니터 생산은 이미 중단된 지 오래였고, 김씨가 산 주식은 금융위원회에 신고되지 않은 ‘휴지 조각’이었다. 김씨는 “자식한테 짐이 되기 싫어 노후 생활자금을 마련하려고 투자했는데 몽땅 날렸다. 앞으로 어찌 살아야 하느냐”며 울먹였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3일 전국의 은퇴자·노인 2496명을 상대로 액면가 100원짜리 비상장 주식을 수백~수천배로 오를 것이라고 속여 팔아 194억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사기)로 ㅌ업체 회장 이아무개(55)씨를 구속하고, 이 업체 간부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2006년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서울·부산 등 전국 지사를 갖춰놓고 △100조원 규모의 중국 합작 컴퓨터 개발 △70조원 규모의 브라질 대륙횡단 철도사업 △유명 컴퓨터 회사 인수 △1조5000억원 규모의 서울 개봉동·문정동 부동산 개발 △340억원 규모의 중국 탄광개발 등 7개 사업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노인들을 끌어모았다. 이씨 등은 팸플릿, 양해각서, 업체가 소개된 신문기사 등을 보여주며 노인들을 안심시키고 이들에게 주식투자금 등 명목으로 194억원을 받아 챙겼다.

그러나 ㅌ업체가 홍보한 대규모 사업들은 모두 중단되거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가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는 사업설명회에 참석하는 노인들에게 점심값 3천원과 주식 1주씩을 보너스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유인했고, 노인들이 추가로 투자자를 모집해오면 수당을 지급하는 등 유사 다단계 행위를 벌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대체로 퇴직 뒤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퇴직금을 쏟아붓거나 집을 팔아 투자했다가, 원금을 찾지 못하고 모두 날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배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제1팀장은 “구속된 이씨 외에 남아 있는 직원들이 현재 서울 용산구로 본사를 옮겨 계속 영업을 하고 있다”며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집중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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