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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할린 동포 ‘고국정착 꿈’ 또 물거품

등록 2012-04-24 20:47수정 2012-04-24 22:24

‘지원 특별법안’ 17대 국회 이어 18대서도 통과안돼
후손 등 4만여명…시민단체, 19대서 ‘2전3기’ 도전
‘사할린 한인 이산가족협회’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이수진(70)씨는 꾹 쥐고 있던 한 줌의 기대를 놓았다. 사할린 동포들이 고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특별법안이 24일 18대 국회 종료와 함께 사라진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사할린에 두고 온 자녀를 고국으로 데려오려고 했던 이씨의 꿈도 꺾였다.

이씨의 아버지는 1940년 일본군에 의해 사할린으로 강제동원됐다. 이씨도 그곳에서 태어나 자랐다. 생계를 위해 러시아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인과 결혼해 정착했지만, 늘 부모의 땅인 한국을 그리워했다. 1990년 한·러 수교 이후 국내 민간단체 주도로 사할린 동포들의 국내 정착이 시작됐고, 2000년부터는 광복(1945년 8월15일) 이전 출생자의 경우 일본 정부로부터 정착 지원금을 받아 한국에 영주귀국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씨도 건강이 나빠진 부인의 치료를 위해 자녀를 놔두고 지난해 1월 한국을 찾았다. 정부가 마련한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임대아파트에 둥지를 튼 이씨는 “그리던 고국에 왔지만, ‘정부 돈만 받아먹는다’는 주변의 눈총을 받으며 살아왔다”며 “내 의지대로 사할린에 간 것도 아닌데, 여생이라도 한국에서 가족과 함께 떳떳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 정착하기를 바라는 사할린 동포들의 염원이 뜨겁지만, 이들의 바람이 이뤄지기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이들은 일제 강점기 사할린으로 강제징용당했다가 1945년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이 패전하자 현지에 버려졌다. 일본인도, 러시아인도, 한국인도 아닌 무국적 존재로 수십년간 현지에서 차별과 생활고를 겪어왔지만, 국내에서는 재중·재일동포에 비해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한국에 정착하려는 이들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4000여명의 사할린 동포들이 영주귀국했다. 이 가운데 1000여명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 여러 사정으로 한국에 오지 못한 동포들은 1400여명, 이들의 후손 등을 합하면 사할린에는 4만3000여명의 동포가 남아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할린 동포들은 그동안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지원을 요구해왔다. 광복 이후 태어난 이들의 자녀들도 영주귀국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사할린 현지에 남아 있는 고령인 한인들의 생활을 지원하는 내용 등이 담긴 ‘사할린 한인 지원 특별법’을 17~18대 국회에 걸쳐 발의했다. 그러나 정부가 사회 통합 차원에서 탈북자나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책을 쏟아내는 동안, 사할린 동포들의 처지는 우선순위에서 밀려왔다.

임용군(59) 사할린 한인회장은 “여전히 고국에 정착하고 싶지만, 자녀와 헤어지지 못하거나 병환으로 오지 못한 채 고국을 그리워하는 한인들이 많다”며 “이들의 생활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어려워 한국 정부의 지원과 관심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다시 ‘2전3기’에 나선다.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지구촌동포연대 등 민간단체와 국내 사할린 한인단체, 종교계 등이 뜻을 모아 ‘사할린 희망 캠페인단’ 활동 선포식을 연다. 이들은 19대 국회에서 다시 특별법 제정 및 사할린 현지 역사박물관 건립 운동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배덕호 지구촌동포연대 대표는 “올해는 사할린 한인 강제동원 75주년”이라며 “전쟁 이후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는 당연한 권리조차 박탈당한 한인들의 피해를 국가가 더이상 미루지 말고 책임 있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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