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개발사업 관련 금품수수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기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파이시티, 최시중·박영준에 로비
진술·정황 구체적…‘수사 급물살’
진술·정황 구체적…‘수사 급물살’
파이시티 개발 비리 의혹으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수사를 받게 된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그동안 여러 의혹의 중심에 있었다. ‘왕차관’과 ‘방통대군’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이명박 정권의 실세로 군림해왔지만, 그만큼 무수한 비리 의혹 속에서 위태롭게 처벌을 피해온 것도 사실이다.
박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에스엘에스(SLS)그룹 쪽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일본 출장을 온 박 전 차장에게 그룹 현지법인에서 400만~500만원어치의 접대를 했다”고 주장한 이국철 에스엘에스 회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면서 수사를 자초했다. 이 회장은 박 전 차관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고 검찰 수사는 박 전 차장에게 불리하게 돌아갔다. 박 전 차장이 실제로 에스엘에스 일본 법인장에게서 300만원어치의 술접대와 150만원어치의 렌터카를 제공받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는 사안이었지만,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심재돈)는 “일본 술자리가 2차, 3차 옮겨가는 과정에서 충분히 혼선이 있었을 수 있다”며 박 전 차관을 ‘관대하게’ 무혐의 처분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씨앤케이(CNK) 다이아몬드 개발 의혹 수사에서도 박 전 차장의 연루 여부가 관심거리였다. 2010년 5월 김은석 외교통상부 대사와 함께 카메룬을 방문해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과 협력을 약속했고, 5개월 뒤에는 지식경제부 차관 자격으로 카메룬 인사들을 국내에 초청해 ‘카메룬 투자포럼’을 여는 등 씨앤케이의 다이아몬드 개발 사업을 전력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의 씨앤케이 수사는 지지부진하기만 했고, 박 전 차장의 연루 의혹을 밝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씨앤케이가 발행한 주식의 실제 주인이 확인되면 박 전 차장과 연관된 혐의가 확인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박 전 차장이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 어떤 사건으로든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검 중수부의 파이시티 수사로 이런 예상은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박 전 차장이 파이시티 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돈을 받았다는 진술과 정황이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박 전 차장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을 비선으로 지휘했던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배후’로도 지목된 상황이다. 25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대검 중수부와 합동으로 박 전 차장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차장이 민간인 사찰 비선 보고라인에 있었는지 수사중”이라며 “현재 참고인 신분이지만 앞으로 (피의자로) 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위원장은 그동안 측근인 정용욱씨를 둘러싼 금품수수 의혹을 받아왔다. 방통위 근무 당시 최 전 위원장의 ‘복심’으로 통했던 정씨는 이런저런 비리 의혹으로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김학인(구속 기소)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이 수십억원을 정씨를 통해 최 전 위원장에게 전달했다는 의혹도 있었지만,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윤희식)는 수사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이 2008~2009년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500만~3500만원의 현금을 제공했다는 의혹은 언론연대의 고발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백방준)에 배당됐지만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파이시티 수사는 이런 지지부진한 모습들과는 달리 급물살을 타고 있다. 그동안 뚜렷한 물증 없이 설만 무성했던 두 실세 관련 수사가 열매를 맺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제2차관이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들으며 이마를 만지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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