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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도청 테이프’ 어떻게 세상에 나왔나

등록 2005-07-27 08:59수정 2005-07-27 09:01

동포 박씨, 공씨한테 넘겨받아 복사
삼성 협박하다 MBC에 넘긴듯
 ‘미림팀장’ 공운영씨가 26일 공개한 자술서는 녹음테이프의 유출 과정에 대해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밝히고 있다.

자술서를 보면, 공씨는 1998년 초 면직당한 뒤 자신이 도청한 테이프 가운데 일부를 몰래 가지고 나왔다. 이후 99년 함께 면직당한 A(ㅇ씨)가 재미동포 박아무개씨를 소개했다. ㅇ씨는 “삼성과 사업 관계에 있는 박씨가 삼성 핵심인사는 물론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과 돈독한 관계에 있어 복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공씨가 가진 삼성 관련 자료를 넘겨달라고 제안했다. 박씨가 ㅇ씨를 통해 먼저 자료를 요청했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씨는 이날 <문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99년 전직 안기부 직원인 공운영씨와 ㅇ씨로부터 복직을 위해 힘써 달라는 부탁과 함께 자료를 넘겨받았다”고 다른 주장을 폈다. 박씨는 “(복직을 위해) 정치인을 움직이려면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정보를 제공하고 주고받는 식으로 하는 게 좋지 않겠냐”라며 공씨가 인사청탁을 위해 자료를 자신에게 넘겼다고 말했다.

어쨌든 공씨는 박씨에게 삼성 관련 자료를 건네줬고, 박씨는 삼성 쪽과 협상을 벌였다. 삼성 쪽은 25일 사과문에서 “99년에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도청 테이프를 거액을 요구하며 사 달라는 제의를 받은 적이 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그러나 박씨는 “삼성을 찾아간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면서 돈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공씨는 자술서에서 박씨와 삼성의 협상이 실패했고, “즉시 (자료를) 반납받았다”고 밝혔다. 또 그 몇달 뒤 국정원 감찰실 요원들에게 녹음테이프 200여개와 문건을 반납했다고 했다. 그런데 몇달 뒤 국정원 쪽에서 “박씨가 삼성 쪽을 협박하고 있으니 해결해 달라”고 해 박씨를 설득해 여비와 항공권까지 주면서 미국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이후 잊고 있던 사건이 이번에 다시 불거져 나왔다는 것이 공씨의 주장이다.

공씨는 또 최근 ㅇ씨로부터 “박씨의 아들이 찾아왔다”, “<문화방송> 기자가 만나자고 해서 쫓아버렸다”는 말을 듣고 박씨가 또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고 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박씨는 공씨한테서 빌린 자료를 복사해 놓고 돌려준 뒤 복사한 자료를 가지고 계속 삼성 쪽을 협박하다 여의치 않자 <문화방송> 쪽에 제보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박씨는 이날 오전 <문화방송> 기자 2명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하려다 국정원 쪽에 인계됐다. 박씨는 <문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국익을 위해 (테이프를) 방송사에 전달했다. 도청 문건에 등장하는 기업인과 정치인 처벌이 이뤄진다면 문건 유출에 따른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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