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당선땐 불이익 예상 이회창씨 은밀히 지원”
안기부 불법 도청팀장이었던 공운영씨는 26일 자술서에서 “우리 사회는 외면상과는 달리 이면에서는 이해대립에 따라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아첨, 중상모략, 질투, 이루 말할 수 없는 혼돈의 연속이었다”고 말했다.
미림팀 구성 및 해체=대공정책실 정보관으로 근무하던 중 1992년 미림팀장으로 임명받고서, 미림 업무를 과학화하라는 지시에 따라 일부 인원을 본인이 직접 선발해 훈련시킨 뒤 본격 도청업무를 시작했다. 그 후 김영삼 대통령 당선과 함께 팀 활동이 중지돼, 무보직 상태로 몇개월 동안 팀원들이 방치되어 “이렇게 미림 요원을 푸대접할 수 있느냐. 이런 식이라면 누가 비밀업무를 수행하겠느냐”고 항의하다가 평직원으로 재보직됐다. 94년 미림팀 재구성 지시가 내려왔으나 ‘과거의 쓰라린 경험’이 있었기에 불복하다가 팀을 재구성했다.
도청 테이프 유출 경위=미림팀 재구성 때 “언젠가는 또다시 도태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앞선 나머지 이에 대비해 중요 내용을 은밀히 보관하기로 작심 끝에 일부 중요 내용을 밀반출해 임의보관했다. 김대중 정권으로 바뀌면서 예상대로 일방적으로 직권면직됐다. 퇴직 뒤 같이 직권면직당한 A로부터 재미동포 박아무개가 삼성그룹 핵심인사는 물론이고 박○○ 당시 장관과도 돈독한 관계인데 박씨가 마침 삼성 쪽에 사업을 협조받을 일이 있으니, 본인이 보관 중인 문건 중 삼성과 관련이 있는 문건 몇건만 잠시 활용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고민하다가 삼성그룹 자체 약점이 될 수 있는 사안만을 제시할 경우 공개될 수 없을 것이라는 단순한 판단을 내린 끝에 박에게 전달했다.
도청 테이프의 활용=그러나 박과 삼성과의 협상이 여의치 않다는 결과를 듣고 당황해, 즉시 반납받고 다시는 이 문제를 거론치 않는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몇달 뒤 국정원 후배들이 찾아와 보관 중인 문건을 반납하라는 요구를 했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며칠 뒤 테이프 200여개 및 문건을 반납했다. 그러나 몇개월 뒤 국정원 후배가 또 찾아와 재미동포 박아무개가 또다시 삼성을 협박하고 있으니, 해결하라고 하소연했다. 즉각 A를 통해 박을 만나, 그만 미국에 돌아가라고 심한 욕설과 애걸조로 사정했다. 그 후 약간의 여비와 미국행 항공권을 본인 자비를 들여 전달해 도미시킨 일이 있은 후 그 사실에 대해 까맣게 잊고 있었다.
5년이 지난 최근 느닷없이 A로부터 박의 아들이 찾아왔다는 것과 엠비시(MBC) 기자라면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는 얘기를 듣고 박이 또다시 문제를 촉발시키려는구나 감지했다.
이회창씨 지원 관련=디제이(DJ)가 당선되면 저 자신이 또다시 엄청난 불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에 은밀히 선을 대어 지원한 바 있음을 솔직히 시인한다. 이후 지난 대선 때에도 역시 순수 민간 차원에서 지원한 바 있음을 시인한다.
사회전반에 대한 충언=최종학력 야간 상고를 졸업한 무지한 인간에 불과하지만 업무 수행상 남들이 느껴보지 못한 엄청난 충격과 함께 세상만사가 이렇게 되어가고 또 이렇게 해서 살아가는구나 하는 경험을 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외면상과는 달리 이면에는 서로 간 이해대립에 따라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아첨, 중상모략, 질투, 이루 말할 수 없는 혼돈의 연속이었다. 그 중에서는 양심적이고 정도를 걷는 분들도 보았다.
모든 것을 낱낱이 폭로함으로써 사회가 다시금 제자리를 찾고, 과거를 청산하는 데 다소나마 역할을 하고도 싶었지만 이제 모든 것을 죽음까지 갖고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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