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녹취록 일부내용 누락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1997년 홍석현 당시 중앙일보 사장과 이학수 삼성그룹 비서실장의 대화 내용을 도청해 녹음한 녹취록의 요약본 가운데 일부 내용이 누락된 것으로 밝혀졌다.
26일 <한겨레>에서 이를 대조한바, 옛 안기부가 작성한 97년 9월9일치 녹취록 가운데 홍석현 사장에게 삼성의 기아자동차 인수 지원 의사를 밝히며 “당 정책위에 검토시키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돼 있는 사람은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아니라 김대중 당시 국민회의 후보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녹취록 요약본 가운데, 홍 사장이 김대중 후보와 면담한 내용을 이 실장에게 설명하는 대목에서 앞부분 1쪽 정도가 통째로 누락되는 바람에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기아자동차 문제에 대해) 삼성이 갖고 있는 복안을 당당하게 밝혀 공론화하면 당 정책위에 검토시켜 가능한 한 도와줄 것” “시중에서는 삼성이 큰돈을 준다고 하는데 왜 돈이 없느냐” “김선홍이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 삼성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난번 한국방송·동아일보 공동 토론회 때도 삼성을 비난하지 않았다”는 등의 발언이 이 후보의 것이 아니라 김 후보의 것으로 녹음 테이프에 담겨 있었다.
이 후보의 경우 기아자동차 문제에 대해 홍 사장에게 밝힌 대목은 테이프에 “(이 후보가)기아에 대해 답을 줬다. … 자기가 힘 보태겠다고”라는 홍 사장의 말 속에 짧게 인용돼 있는 것으로 등장한다.
이외에도 애초 녹취록 요약본에는 삼성그룹이 홍 사장을 통해 검찰 쪽에 제공했거나 제공하려는 내용과 검찰 인사들의 실명이 빠져 있다. 조준상 기자 s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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