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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국인과 문화예술 소통
이주민들 ‘자유항’ 생겼다

등록 2012-04-29 22:18수정 2012-04-29 23:26

28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문을 연 이주민문화예술센터 ‘프리포트’에서 에이엠시팩토리 마붑 알엄(뒷줄 오른쪽 둘째) 대표와 동료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제공
28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에 문을 연 이주민문화예술센터 ‘프리포트’에서 에이엠시팩토리 마붑 알엄(뒷줄 오른쪽 둘째) 대표와 동료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제공
홍대앞에 ‘프리포트’ 문열어
나라별 음악·전통춤 등 공연
홀로서기 위한 후원금 모아
토요일이었던 28일 밤, 서울 마포구 홍익대 인근 현암빌딩 4층 130㎡(약 40평)의 소박한 공간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이들로 북적였다. 한국 비자나 고용허가증이 없어도 지구인이라면 누구나 입국할 수 있는 이주민문화예술센터 ‘프리포트’(Free Port·자유항) 개항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프리포트는 한국 내 이주민들에게 문화·예술 향유 및 제작 기회를 주고, 한국인과 이주민 문화예술인들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지구인들은 몽골 출신 디제이가 들려주는 음악에 어깨를 들썩거렸고, 인도네시아 전통춤을 보며 환호했다.

프리포트 운영은 방글라데시·네팔·몽골·미얀마·한국 출신 문화예술가 11명이 의기투합해 결성한 ‘아시아 미디어컬쳐 팩토리’(에이엠시팩토리) 식구들의 오랜 소망이었다. 에이엠시팩토리는 2년 전 이주·다문화 관련 예술 콘텐츠 제작 및 활동가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이들의 꿈은 국내 시민들의 쌈짓돈 기부로 현실이 됐다. 지난해 말 아름다운재단의 ‘변화의 시나리오-인큐베이팅’ 대상 단체로 선정돼 3년간 2억원을 지원받게 된 것이다.

프리포트를 운영하는 에이엠시팩토리의 대표는 방글라데시 출신으로 지난해 귀화해 한국인이 된 마붑 알엄(35)이다. 그는 이주노동자와 한국 학생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영화 <반두비>에서 주연을 맡기도 했다. 가난한 집안 11남매 중 일곱째로 태어난 알엄 대표는 돈을 벌기 위해 1999년 한국행을 택했다. 딱 3년만 일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이주노동자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를 겪으며 삶의 방향이 달라졌다. 2003년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1년간 이어진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반대 농성에 참여한 그는 당시 경험 때문에 문화·예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우리 주장이 보도되지 않다 보니까 미디어가 중요하단 걸 깨달았어요. 영상 제작을 배워 다큐멘터리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고, 직접 영화에 출연하게 됐죠.”

지난 총선에서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 이자스민씨가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이 되자, 일부 한국인들은 이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알엄 대표 역시 <반두비> 개봉 뒤 살해 협박 전화를 받았다. “사람들마다 좋아하는 음식, 패션 스타일 등이 다 다르잖아요. 즉 인간 한명 한명이 ‘다문화’죠. 남의 취향을 인정하는 것처럼 다른 문화나 인종·소수자를 인정하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그가 생각하기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 위해선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문화예술가가 많은 홍익대 인근에 프리포트를 연 것도 그 때문이다. “자국 출신 이주민들끼린 자주 만나는 공간이 있지만, 이러한 국가별 커뮤니티를 넘어 서로 교류하고 더불어 한국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또 제3세계·아시아·이주민 관련 자료를 모아 문화 다양성에 관심 있는 이들과 공유할 생각입니다.”

아름다운재단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지만 프리포트가 ‘지속가능한 공간’이 되기 위해선 홀로서기라는 큰 숙제를 풀어야 한다. 에이엠시팩토리는 현재 센터 운영기금 후원 및 영상·음향장비 등 물품 후원을 받고 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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