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남해안에 짙은 안개로 인한 선박 사고가 잇따르면서 어민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특히 과거 6월 말부터 7월초에 집중됐던 안개가 올해는 더위가 최고에 달하는 7월 말까지 계속되고 있는 데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게릴라식'으로 출몰, 항해 선박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27일 새벽 전남 완도군 청산도 해상에서 발생한 파나마 선적 화물선과 인천 선적 폐기물 운반선간의 충돌사고의 원인은 안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마주오던 두 배가 시계가 `제로'인 상황에서 운항 부주의로 충돌한 것이다.
또 지난 23일 전남 신안군 흑산항 북방 0.6마일 해상에서 발생한 어업지도선과 여객선 충돌사고 역시 안개가 원인이었다.
당시 김원기 국회의장이 탄 어업지도선은 감속 운항을 했지만 짙은 안개로 운항을 중단하고 바다 위에 멈춰서 있던 여객선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사고 시간은 해가 뜬지 한참이 지난 오전 9시 10분께였지만 안개로 한치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맑은 날씨였지만 순식간에 짙은 안개가 드리워졌다는 것이 선원들의 얘기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 전남 완도군 금일읍 소랑도 해역에서 발생한 양식장 관리선 어부 실종 사고 역시 안개가 주범이었다.
당시 사고 해역에 안개가 짙게 끼어 있었기 때문에 해경은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속으로 항해하던 어선이 다시마 양식장 줄에 스쿠류가 걸려 전복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안개 때문에 지난 15일 완도 해상에서 선박충돌, 기관고장, 항로 이탈 등 3건의 선박사고 발생하기도 했다.
바닷길에 훤한 어민들은 이같은 안개가 전례에 없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해경도 폭풍주의보 등 기상 특보가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어선들의 출항을 막을 수 없어 출항 신고하는 어선에 주의운항만 당부할 뿐 갑자기 생겨나는 농무에 속수무책이다.
목포 해경관계자는 "기상이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출항하는 선박에 기관 및 통신 장비 점검을 꼼꼼히 하고 항해시에도 안개가 짙게 낄 경우 서행 운항하고 항법 장치에 눈을 떼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광주지방기상청 관계자는 "중국 화남지방에서 따뜻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서남해 해상에 짙은 안개가 발생한 것 같다"며 "올해는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같은 해무는 당분간 계속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완도.신안=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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