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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악령이 무서운 아이들 “사령이 나를 지켜줘요”

등록 2012-05-03 17:08수정 2012-05-03 22:30

‘사령’에 빠지는 아이들
죽음·부활 통해 위안 얻어
현실검증력 떨어져 악순환
살인으로 번진 사령카페 논란

지난달 30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바람산공원에서 잔혹하게 대학생을 죽인 10대들은 학교를 개근할 정도로 평범한 고교생이었다. 3일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피의자들이) 학교와 가정에서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학생들이라 부모들이 상당히 충격을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의자 홍아무개(15)양이 다니는 ㄱ고등학교 관계자는 “교사나 학생들도 ‘(홍양이) 그런 일을 했을 리 없다’며 의아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가족 관계나 가정형편 역시 불우하거나 경제적인 곤란을 겪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평범한 10대가 살인을 감행한 동기로 사령카페라는 독특한 온라인 동호회 활동이 적지 않은 구실을 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2월부터 사령카페 활동을 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아무개(20)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이아무개(16)군, 범행 현장에 함께 있었던 홍양, 숨진 김씨의 옛 여자친구였던 박아무개(21)씨 등이 사령카페에 가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사령카페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미 판타지 소설 등을 통해 심령·마법 등에 호기심을 갖게 된 10대들이 주로 가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피의자 이군은 일본 만화 주인공의 모습을 모방하는 ‘코스프레’를 즐겼다. 또다른 피의자인 홍양의 블로그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및 판타지 소설에 대한 감상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사령카페 활동을 하는 한 여학생은 “평소 공포영화나 판타지 소설을 많이 접하면서 정령 등에 관심이 많았다”며 “(판타지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차원 이동’에 대해 알아보다가 카페에 가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은 공개 카페보다 비공개 카페나 폐쇄 대화방 등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군·홍양·박씨도 포털사이트의 비공개 사령카페에 가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카카오톡 대화방을 만들어 10여명의 회원을 모은 뒤, 악령·심령·사령 등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했다. 10대 사이에 번진 사령 문화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이유다.

성나경 경기 와우중 상담교사는 “2년 전, 가정폭력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자해를 심하게 한 학생을 상담했는데 사령카페에서 회원들과 죽음이나 부활에 대해 얘기하면서 위안을 얻는다고 말해 놀랐다”며 “공격적 성향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사령카페 등을 통해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원 강원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불안심리가 강한 아이들의 경우 오히려 사령처럼 불안과 공포를 자극하는 대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 경우 초기에는 재미있지만 빠질수록 불안이 심해지고 나중에는 현실 검증력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이군·홍양 등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숨진 김씨의 전 여자친구 박씨는 살인방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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