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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5개월 전에도 2층서 불…겉핥기 소방점검 ‘도마’

등록 2012-05-06 21:30수정 2012-05-06 23:32

지난 5일 밤 발생한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쥬디스태화백화점 근처 ㅅ노래주점의 화재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6일 전기안전공사 직원 등이 감식을 하고 있다. 천장이 폭격을 맞은 듯이 내려앉았다.
지난 5일 밤 발생한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쥬디스태화백화점 근처 ㅅ노래주점의 화재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6일 전기안전공사 직원 등이 감식을 하고 있다. 천장이 폭격을 맞은 듯이 내려앉았다.
‘부산 노래주점 화재’ 9명 사망
종업원들 소화기 초기진화 실패…인명피해 키워
지난 5일 불이 나 손님 9명이 숨진 부산 최대 번화가 서면의 노래주점에는 유독가스와 불길이 빠져나갈 창문이 없는 상태에서 스프링클러조차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불과 다섯달 전에 이 노래주점의 아래층에서 비슷한 화재가 난 것으로 밝혀져 당시 소방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화재 당시 ㅅ노래주점이 있는 ㄴ빌딩 3~6층에 있던 52명 가운데 ㅅ노래주점에서만 스리랑카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3명 등 부산 금사동의 자동차부품업체 ㄱ사 직원 6명을 포함해 모두 9명(여성 2명)이 숨지고 25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특히 지난해 1~10월 ㄱ사에 입사해 기숙사에서 지내던 스리랑카 노동자 3명은 토요일을 맞아 한국인 직원 등 9명과 함께 ㅅ노래주점을 찾았다가 사고를 당했다.

■ 창문 하나 없는 노래주점 5일 밤 8시52분께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쥬디스태화백화점 근처 ㄴ빌딩 3층 ㅅ노래주점 26개의 방 가운데 손님이 없던 24번 방과 21번 방에서 불이 나, 두 방 사이에 설치한 방음벽을 태우면서 나온 유독가스가 3층 건물 전체로 순식간에 번졌다. 이 노래주점은 사방으로 강화유리가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에 유독가스는 밖으로 전혀 빠져나가지 못했다. 당시 노래를 부르고 있던 손님들도 강화유리를 깨고 3층에서 밖으로 뛰어내릴 수 없었다.

■ 스프링클러 없어 노래주점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9명이 유독가스에 질식해 하나둘 쓰러져갈 동안, 불이 나면 천장에서 물이 자동으로 나오는 스프링클러는 없었다.

노래주점은 다중이용업소로 분류돼 있다. 2010년 11월부터는 지하건물이나, ㅅ노래주점처럼 창문의 면적이 바닥면적의 30분의 1 이하인 지상건물에 노래주점이 들어서면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 노래주점은 2009년 1월에 영업허가를 받아,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아도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2010년 11월 이전에 영업허가를 받은 노래주점 등 다중이용업소들도 일정한 기간을 둬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유명무실한 비상구 ㅅ노래주점에는 비상구가 세 개 있었지만, 출입구 근처 화장실 좌우에 두 개가 있었고 나머지도 건물 맨 안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비상구는 말 그대로 비상상황이 일어났을 때 손님들이 가장 가까운 곳을 통해 빠져나가도록 만든 것인데, 칠흑같이 어두운 상태에서 불길과 유독가스가 출입구 쪽으로 옮겨가자 손님들이 비상구를 이용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 허술한 점검 소방서의 안전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12월 ㅅ노래주점과 같은 건물에 입주한 2층의 노래주점에서 불이 난데다 지난해 8월 관할 소방서가 벌인 소방점검에서도 ㅅ노래주점이 전기시설 불량 지적을 받아 수리를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화재 당시 ㅅ노래주점의 비상구 문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ㅅ노래주점이 불법으로 시설을 변경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ㅅ노래주점 맨 안쪽 구석의 비상구 근처 방에서 노래를 불렀던 12명 가운데 5명이 22번 방 앞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고, ㅅ노래주점이 2009년 1월에 영업허가를 받을 때 24개였던 방이 현재 26개로 늘어나 있기 때문이다. 소방서 쪽은 불이 났을 당시 노래주점에는 업주 조아무개(26)씨와 종업원 이아무개(21)씨 등 5명까지 6명이 일하고 있었는데, 초기에 소화기로 불을 끄지 못한 것이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꼽았다.

윤희태 부산진경찰서 형사과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한국전기안전공사, 소방서로 꾸려진 합동감식반의 조사 결과가 나오면 화재 원인과 인명 피해가 많이 난 이유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시소방본부는 헬기 2대와 소방차 등 58대를 출동시켜 밤 10시2분께 불을 완전히 껐다. 이 불로 ㅅ노래주점 3층 559㎡가 모두 불에 타 8000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 손실이 발생했다.

부산/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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