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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슬램덩크 할 때까지 쑥쑥 커야죠”

등록 2005-07-27 18:14수정 2005-07-27 18:20

신촌 숭실한의원 노창은 원장.
신촌 숭실한의원 노창은 원장.
탈북 청소년 김성민군 ‘저성장’ 치료 한의사 노창은씨
 ‘180cm’

신촌 숭실한의원 노창은(40) 원장과 탈북 청소년 김성민(15)군이 굳게 약속한 ‘희망의 키’다. 지난해 7월 탈북한 김군의 현재 키는 136.4cm, 지난 2월 노 원장과 처음 만났을 때보다 무려 6.4cm가 컸다. 보약과 키크기 침 등으로 한달에 평균 1.3cm나 큰 셈이다. 하지만 7월27일 숭실한의원에서 만난 두 사람은 “아직 멀었다. 목표 키는 180cm”라며 활짝 웃는다.

김군은 탈북 등의 공백으로 현재 서울 양천구에서 3살 어린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과 함께 공부한다. 그런데도 김군의 키는 반에서 제일 작다. 올해 초까지 김군의 키는 130cm에 불과했다. 남한 학생들의 평균키와 비교해볼 때 김군은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가을 초등학교 5학년에 첫 편입됐을 때는 반 아이들이 ‘형’을 무시해 ‘주먹질’도 잦았다. 김군의 작은 키는, 가장 중요한 성장기인 5~7살 때가 북한 식량난이 절정에 달했던 ‘고난의 행군’(1994~1996년) 시기와 겹친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김군과 노 원장의 만남은 탈북청소년학교인 ‘여명학교’(www.ymschool.org)를 통해 이루어졌다. 올해 초 여명학교 조명숙 교감선생님이 ‘너무나 작은 키 때문에 고민하는’ 김군의 안타까운 사연을 여명학교 홈페이지에 올렸고, 우연히 이것을 본 노 원장이 ‘키 크는 것을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다행히 성장판을 검사해본 결과 ‘아직 성장판이 열리지도 않았다.’ 잘 먹고 잘 치료하면 키가 클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이다. 노 원장은 형과 단둘이 어렵게 살고 있는 김군의 처지를 생각해 모든 치료 비용은 받지 않기로 했다.

북 ‘고난의 행군’ 때 못 먹어 초등 2학년 수준이었던 키
5개월 치료받고 6.4cm 자라
“식량지원과 경험확대가 '청소년 저성장' 근본 해결책”

이에 따라 김군은 지난 2월 이후 주 3회 숭실한의원을 방문해 키 크는 침을 맞고, 보약도 꾸준히 먹었다. 그 결과 드디어 “성장판이 열린” 것이다. 숭실한의원의 서미선(26) 간호사는 “처음 한의원을 찾았을 때는 초등학교 1~2학년이라고 생각했다가 실제 나이를 듣고 너무 놀랐다”며 “어서 제 나이에 맞게 키가 자라 여자 친구도 사귀는 등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밝힌다.


그러나 김군의 성장속도가 빠르기는 하지만, ‘180cm’는 무리한 욕심 아닐까. 노 원장과 김군은 이에 “희망”이라는 말로 답한다. 김군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농구다. 북한에 있을 때부터 김군은 리명훈 선수의 경기를 제일 좋아했다. 김군은 “리명훈 선수처럼 슬램덩크를 해보는 게” 간절한 꿈이다. 그러자면 최소한 180cm는 돼야 한다. 또 아직 북한 청진에 남아 있는 어머니께도 언제가 만났을 때 놀랍게 변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어릴 때 먹을 것 때문에 너무도 눈물을 많이 보이신 어머니였다.

김군이 키 재기를 한 뒤 두 순을 머리 위로 한껏 올렸다. 손끝까지의 길이는 174cm. 아직까지는 손을 하늘 높이 올려도 ‘희망의 키’에 닿지 않는다. 그 부족분만큼이 노 원장을 비롯한 숭실한의원 가족들이 사랑으로 채워줘야 할 몫이다.

노창은 원장은 “김군처럼 어려운 환경 속에 저성장으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을 앞으로도 남북을 가리지 않고 무료로 치료하겠다”며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과 경협이 더 확대되는 것이 김군과 같은 저성장 청소년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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