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관련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조현오 ‘노무현 차명계좌’ 증거 댔을까
“사자명예훼손” 고소고발 1년9개월만에 검찰 출두
차명계좌 믿을 만한 근거 여부가 형사처벌 갈라
“사자명예훼손” 고소고발 1년9개월만에 검찰 출두
차명계좌 믿을 만한 근거 여부가 형사처벌 갈라
조현오(57) 전 경찰청장이 9일 검찰에 출석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유족 등이 조 전 청장을 고소·고발한 지 1년9개월 만이다.
조 전 청장은 2010년 8월 경찰청장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 무엇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뛰어내리기 바로 전날 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까. 10만원짜리 수표가 든 거액의 차명계좌가…”라는 발언이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정치권 안팎의 비판에도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했다. 조 전 청장의 ‘입’에서 시작된 사건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직접 조사가 반드시 필요했지만, 검찰은 경찰총수라는 신분을 의식해 소환조사를 하지 않고 서면조사만 두차례 하는 데 그쳤다. 검찰은 조 전 청장이 지난달 ‘수원 여성 성폭행 피살 사건’으로 사퇴하자 비로소 직접 조사에 나섰다.
이에 따라 검찰은 1년9개월 동안 묵혀놓았던 노 전 대통령 명예훼손 사건의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됐다. 수사의 초점은 조 전 청장의 발언이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여부다. 숨진 사람에 대한 명예훼손죄는 진실이 아닌 ‘허위사실’을 적시했을 경우에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조 전 청장의 주장대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면 조 전 청장은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된다. 차명계좌의 존재가 노 전 대통령의 ‘투신’과 연관성이 있는지도 따져봐야 하지만, 수사팀은 차명계좌의 존재 여부가 조 전 청장의 명예훼손 혐의를 가릴 수 있는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거짓이라고 해서 조 전 청장이 바로 형사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어 조 전 청장이 그런 말을 했다면,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어 책임을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때 조 전 청장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정보를 믿을 만한 사람에게서 얻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나 조 전 청장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어느 은행에 누구 명의로 돼 있는지 검찰에 출석해 모두 까겠다”면서도 “차명계좌 얘기를 누구에게서 어떻게 들었는지는 밝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노 전 대통령에 관한 수사기록은 대검 중수부에 봉인돼 있다.
이날 오후 1시53분께 검찰청사에 도착한 조 전 청장은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가 존재한다는 주장은 여전한가’, ‘이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가져온 건가’ 등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 조사를 앞둔 이 순간에 여러가지 언급을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한 뒤 형사1부(부장 백방준)의 영상조사실로 향했다.
7시간여의 조사를 마치고 이날 밤 9시25분께 나온 조 전 청장은 “사실 여부를 떠나 2년 전 발언에 대해 후회를 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히 후회한다”며 “제가 그런 이야기를 함으로써 저 자신도 그렇고 노 전 대통령과 유족에게 많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몸을 낮췄다. 검찰 관계자는 “조 전 청장이 조사 과정에서 하고 싶은 말을 다 진술했다”고 전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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