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오원춘 “왜 그토록 참혹하게” 물으니…

수원 20대 여성 살해 첫 공판 열려
유족들 “X같은” 오열하자 고개 떨궈

경기도 수원에서 20대 여성을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오원춘(42·중국동포)씨에 대한 첫 공판이 11일 오전 10시 수원지법 제310호 법정에서 열렸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동훈) 심리로 30여분가량 열린 이날 공판에서 오씨는 자신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숨진 피해 여성에게 사과한다”고 밝혔으나, 유족들은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오씨는 이날 담담한 모습으로 법정에 들어섰으나, 이를 본 피해 여성 ㄱ(28)씨의 부모와 유족들이 “X 같은 놈아!”라며 오열하자 한동안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떨궜다.

　납치·감금 및 강도·절도·강간살인·사체유기 및 손괴 등의 혐의가 적용된 오씨는 검사가 읽어내려간 공소내용에 대해 “예 맞습니다”라며 모두 인정했고, 오씨의 국선 변호인도 ‘이의 없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감금되어 있는 상태에서 경찰에 112신고를 했음에도 경찰의 신고 접수 및 현장수사 업무 미숙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킨 사건”이라며 “사회적 이목을 고려하여 최대한 신속하게 공판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재판장인 이동훈 부장판사는 잔혹하고 끔찍한 범행 동기 등에 대해 오씨를 상대로 직접 심문을 한 뒤 이례적으로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에게 진술 기회를 줬다.

　

　재판장과 피고인 오씨와의 일문일답 요약이다.

　- (재판장) 납치·강도·절도·살해 등은 공소장에 나타난 모든 죄는 증거가 있지만 강간을 하려 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명백한 증거가 없는데 왜 이 죄를 인정하나요?

　“(오씨) 제가 저지른 죄이고 피해자에게 미안해 거짓말 안하고 사실대로 얘기한 것입니다.”

　-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피해 여성을 살해한 것인가요?

　“그런 건 아닙니다. (우발적으로) 어쩌다 한 것입니다.”

　-범행 당시 (반항하는 피해자에 대해) 짜증나고 화가 난 것이 피해자를 살해할 정도로 감정이 안 좋았나요?

　“(잠시 대답 안하다) 네….”

　- 사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을 했나요?

　“네.”

　-그렇게까지 참혹하게 (사체를)훼손해야 했나요?

　“당시 정신이 없어 모르겠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납치할 때부터 범행을 모면하기 위해 살해한 것은 아닌가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니요.”

　

　검찰은 이날 오씨가 피해 여성 ㄱ씨를 폭행하는 내용과 이를 듣고 있는 경찰의 음성이 담긴 ‘112신고센터 녹취기록’, 납치 당시 모습이 녹화된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 기록 등을 증거물로 제출했다.

　오씨에 대한 다음 공판은 다음달 1일 오전 10시 열리며, 피해 여성의 친동생과 오씨의 국내 친인척에 대한 증인 심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날 오씨에 대한 구형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오씨는 지난달 1일 밤 10시30분께 자신의 집 앞을 지나던 ㄱ씨를 납치해 감금하고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ㄱ씨를 둔기로 때리고 목졸라 살해한 뒤 주검을 심하게 훼손해 버리려 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26일 구속기소됐다.

　이날 법정에는 숨진 ㄱ씨의 부모와 동생 등 유족 13명이 나와 공판을 지켜봤는데 일부 법원 직원들이 법정 밖에서 유족들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을 막아서는가 하면 법원 건물 밖 주차장에서까지 사진 촬영 등을 하지 말라고 고함을 쳐 물의를 빚었다. 이에 기자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졌고 법원 쪽은 “검찰 쪽에서 유족들을 보호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취재를 방해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수원/김기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