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테이프 파문확산] 삼성 비자금 얼마나, 어떻게
옛 국가안전기획부(현재 국가정보원)의 도청 테이프 사건을 계기로 삼성이 운용하는 막대한 규모의 비자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테이프 녹취록을 보면, 삼성이 1997년 당시 유력 대선 후보들에게 건넨 것으로 돼 있는 대선자금 규모는 문건에 나오는 것만 100억원을 넘는다. 액수가 확인되지 않는 것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역대 정권의 유력 정치인들에게 은밀하게 건넨 돈은 대부분 정상 회계처리를 하지 않고 계열사들로부터 조성한 비자금이 원천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구조조정본부가 삼성 계열사들이나 계열사 주주들의 돈을 빼내 자기 돈처럼 마음대로 굴린 것이다. 녹취록서 드러난 대선자금 100억 ‘훌쩍’
유력후보 청탁 ‘1500억 대출’ 논의 관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최민희 사무총장이 27일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 앞에서 이건희 회장과 홍석현 전 중앙일보 사장의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일인시위를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전문가들 “가불금·가지급금은 초보 기술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재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가불금이나 가지급금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은 사실 초보 수준에 불과하고 큰 금액의 비자금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대규모 비자금을 조성하려면 거래 과정에서 가공의 매입금을 계상하거나 매입비용을 부풀려 차액을 빼돌리는 등의 수법을 쓰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2002년 대선자금 수사에서 800억원의 무기명 채권을 사들인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가운데 385억원어치를 대선자금으로 건넸다. 그러나 이 자금을 어떻게 조성했는지와 나머지 415억의 사용처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리고 법원은 385억원의 자금을 이 회장 개인 돈으로 간주해 배임이나 황령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이회성씨는 99년 세풍사건 재판 때 삼성으로부터 60억원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이 더 수사를 하지 않아 자금의 조성과 전달 방법이 밝혀지지 않았다. 또 녹취록에서 큰 관심을 끄는 대목은 유력 대선 후보의 청탁으로 ○○리조트 회장에게 1500억원의 삼성생명 대출을 해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점이다. 홍석현 전 사장이 “조금 마음을 둬야지”라고 말하자 이학수 부회장은 “보험료라고 생각하면”이라고 응답했다. 이 대출은 이뤄지지 않았고 회사도 외환위기를 맞아 부도가 났다. 그러나 이 회사는 당시 해당 후보의 비자금 실명전환 창구라는 설이 파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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