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조현오(57) 전 경찰청장이 ‘거액이 들어 있는 청와대 직원의 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당시 노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관계자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조 전 청장은 “진실을 아는 검찰에서는 절대 그런 말이 나올 리 없다”는 태도다.
지난 9일 조 전 청장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요약하면, 청와대 제2부속실 직원 2명의 계좌에 각각 10억~20억원이 들어있었고 2004~2005년에 계좌로 들어왔던 뭉칫돈이 노 전 대통령 퇴임 시점인 2008년 2월 인출됐다는 것이다. 조 전 청장은 또 “대검 중수부 계좌추적팀이 2009년 5월 자금추적을 통해 이를 밝혀냈지만 노 전 대통령이 숨지는 바람에 조사가 진전되지 못했다. 우리은행 삼청동 지점에서 확인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됐던 2009년 4월30일 이후에 차명계좌가 발견돼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주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수사 내용을 잘 아는 검사들은 조 전 청장의 주장에 대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상문 총무비서관이 돈 빼돌린 것을 들여다보면서 청와대 직원들의 계좌를 다 훑어봤고 그 과정에서 10만원짜리 수표 20장이 나온 것”이라며 “이는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하기 훨씬 전의 일로, 소환 이후에 발견된 차명계좌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2009년에 수사할 때 권양숙 여사의 여비서 2명을 불러서 조사했는데 이 사람들 계좌에서 문제가 된 수표는 10만원짜리 20장이 전부”라며 “그 돈이 어떻게 사용됐는지 확인이 안됐다”고 말했다. 이런 계좌를 노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로 볼 수도 없고, 노 전 대통령의 죽음과도 연관지을 수 없다는 얘기다.
검찰은 도리어 조 전 청장의 ‘차명계좌 발언’에 고의성이 짙다고 보고 있다. “경찰 기동대장 특강에서 사기 진작 차원에서 우발적으로 나온 발언”이라는 조 전 청장의 해명을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특강하는 날 기동대장들이 많이 안 왔는데 조 전 청장이 특강 동영상을 시디로 구워 다 나눠줬다. 사전에 그런 얘기를 할 의사가 충분히 있었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 전 청장의 주장이 허위인데다 고의성도 있는 만큼, 조 전 청장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 한 그의 기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의 분위기다. 김태규 김정필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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