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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사료값 때문에” 순창서 소 40여마리 굶어 죽어

등록 2012-05-15 16:57수정 2012-05-15 17:23

순창서 굶어 죽은 소 발견
순창서 굶어 죽은 소 발견
축사는 이미 폐허…죽은 소 사체가 그대로 방치
농장 주인 “사료비 지출 부담이 커서…”
전북 순창의 한 축산농가에서 사육을 포기한 소들이 굶어죽고 있다. 사료를 주지 않아 굶어죽은 소가 최근 5개월 동안 40여마리에 달한다.

지난 1일 동물사랑실천협회 회원들이 해당 농가를 찾아 촬영한 영상을 보면 축사는 이미 폐허나 다름없다. 죽은 소들의 사체가 뼈를 드러낸 채 썩어가고 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인다. 살아남은 소들은 거죽만 걸치고 유령처럼 사체들 사이를 배회하고 있다. 텅빈 사료 포대를 씹어 먹거나 흙을 파 먹는 소들의 모습도 보인다. 현장을 방문했던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썩어가는 냄새가 굉장히 심하고 부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라며 “동물 학대가 명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농가에서 소들이 굶어죽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다. 구제역 방역을 위해 농장을 방문한 군청 직원들이 이미 죽어버린 3마리를 발견했다. 농장주 문아무개(56)씨는 10월부터 사료를 제대로 주지 않았다. 문씨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논 팔고, 보험 해약하고, 빚을 내서 사료를 줬는데 이제 돈이 없어 포기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소 1마리를 팔 때까지 드는 사료값만 300만원 가량이다. 소 1마리가 평균 700만원에 거래된다는 점에서 절반 가까운 비용이 사료비로 지출될 정도로 부담이 크다. 당시 문씨는 이미 5000만원의 빚을 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1월에 접어들자 15마리가 또 죽었다. 살아남은 소는 40마리. 동물사랑실천협회가 소들을 학대로부터 보호한다며 한달치 사료를 지원했다. 당시 송아지가 1만원에 거래될 정도로 소값이 바닥을 치면서 축산농가의 생존권 문제와 결부되자,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농가를 방문하기도 했다.

모두가 나섰지만 소들은 구출되지 못했다. 3개월이 지나는 동안 다시 14마리의 소가 굶어죽었다. 이제 살아남은 소는 26마리 뿐이다. 박소연 대표는 “2월말부터 문씨가 또다시 사료을 주지 않았고, 두달 동안 소들한테 물만 먹였다”고 말했다. 축산농가를 대표해 싸운다고 했던 문씨를 지지했던 마을의 여론도 조금 차가워졌다. 문씨의 농가가 있는 마을의 이장은 “마을에서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자식같은 소를 죽이는 것을 지켜보는 마음이 좋을 수 있겠냐”라고 말했다.

전북도청·순창군청과 문씨는 소들의 목숨을 볼모로 지루한 협상을 진행했다. 순창군청 관계자는 “소들을 대신 키워주겠다, 대신 판매해주겠다 여러 제안을 했지만 문씨가 수용하지 않았다”라며 “문씨는 그동안 죽은 소에 대한 보상과 기초생활수급권자 지정 등을 요구했지만 그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고추농사를 시작하는 문씨를 위해 고추건조기를 지원하는 방안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대표는 “진작에 이를 동물학대로 규정하고 군수나 도지사가 동물보호법이 정한 격리 조처를 취했으면 될 일”이라며 “보상 문제는 나중에 풀더라도 일단 소들부터 살렸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전북도청 관계자는 “학대는 고의성 여부가 제일 중요한데, 문씨의 경우 물은 지속적으로 주고 필요에 따라서는 사료도 준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일부러 굶겨죽였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동물사랑실천협회는 문씨로부터 10여마리의 소를 넘겨받기로 했다. 빠르면 다음주 초 10여마리의 소를 경기도의 한 농장으로 이동시킬 계획이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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