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락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전 기획총괄과장
진경락 전 과장의 인생 스토리
친구 “‘잘한다’하면 목숨걸고 일하는 스타일”
이영호 비서관에 충성 다하며 ‘견마지로’
불법사찰사건 터지자 나이많은 직원에 욕하기도
친구 “‘잘한다’하면 목숨걸고 일하는 스타일”
이영호 비서관에 충성 다하며 ‘견마지로’
불법사찰사건 터지자 나이많은 직원에 욕하기도
“VIP께 일심으로 충성”을 맹세한 문건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이 문건의 작성자인 진경락(45)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지원관실) 전 기획총괄과장의 인생 유전이 새삼 관심을 받고 있다.
진 전 과장은 2010년 8월 검찰의 민간인 사찰 수사 때 하드디스크 삭제를 지시한 혐의로 구속된 경험이 있다. 지난 3월 “하드디스크 파괴는 청와대의 지시였다”는 장 전 주무관의 ‘고백’이 나오자 다시 진 전 과장이 주목을 받았다. 장 전 주무관이 받았던 증거인멸 지시와 매수를 통한 입막음, 이 모든 것을 진 전 과장도 똑같이 겪었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 전 과장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취재진을 피해 가족과 함께 아예 짐을 싸서 집을 나갔다. 그는 재수사팀의 소환 요구에 불응했고 지난 4월 구속됐다. 증거인멸 사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뒤 꼭 1년만에 다시 영어의 몸이 된 것이다. 검찰은 “장 전 주무관처럼 모든 걸 털어놓고 수사에 협조했으면 다시 구속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진 전 과장은 경북 청송의 과수원집 아들이었다. 고향에서 중학교까지 나왔고 고등학교는 경주에서 다녔다. 고등학교 친구 ㄱ씨는 “경락이는 조용하고 꿈많은 청소년이었다”며 “청와대 갔다고 해서 축하도 많이 해주고 포부도 가져보라고 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구 ㄴ씨는 “반에서 경락이가 혼자 청송 출신이라 친한 애들이 별로 없어서 동기들 중에 경락이를 몰랐던 애들도 있다”며 “착한데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는 것 같았다. ‘잘한다 잘한다’하면 목숨걸고 일하는 그런 스타일이었다”고 전했다.
1995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진 전 과장은 노동부에서 공직 생활을 이어갔고 2005년에는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인 2008년 3월, 그는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곳에서 이영호 비서관을 처음 만났고 지원관실 창설에 참여한다.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 때문이었을까. 그는 이 비서관에게 ‘견마지로’를 다한 것으로 보인다. 장 전 주무관은, 진 전 과정이 증거인멸 혐의로 2010년 8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날 자신에게 “이비(이영호 비서관 지칭)는 성격도 무난하지도 않아서 모시기 무척 힘들었는데 이비한테 수시로 밤낮없이 호출되고 매일 같이 밤늦게 먹기 싫은 술도 그렇게 마셔가며 힘들게 일을 했다. 그동안 시킨 대로 한 거밖에 없는데 왜 내가 이런 처지가 되어야 하느냐”고 푸념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가 3급 승진을 노리고 충성을 다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는 ‘윗선’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지원관실의 핵심이 됐다. ‘비선 보고’를 못마땅해했던 이인규 전 지원관과 언쟁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민간인 사찰 사건이 불거져 총리실 자체조사를 받은 날인 2010년 7월3일, 진 전 과장이 자기보다 나이 많은 지원관실 직원에게 욕설을 하면서 “아직까지 팩트도 정리 못하고 뭐하는 거야? 나 이제 손뗄 거야”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간 적이 있다고, 장 전 주무관은 회고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을까. 진 전 과장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된 뒤 교도소로 면회오는 지인들에게 “민정수석실 사람들한테 수갑을 채워야 한다. 정권이든 엠비든 모두 불살라버리겠다”며 울분을 토로했다고 한다. 출소 뒤 19대 총선을 앞둔 시점에는 “내가 입을 열면 엠비(이명박 대통령)가 하야해야 한다. 국회의원 30~40석은 날아간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키는 일을 열심히 했던 순응적인 공무원은 죗값을 치르러 다시 감옥에 갇혔다. 그러나 그는 아직 별 말이 없다고 한다.
김태규 박태우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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