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말하기대회’ 이색체험들
“뒷산 가는데 비싼 등산복, 신기해요”
“뒷산 가는데 비싼 등산복, 신기해요”
인도에서 온 야덥 부펜들(25·서울대 사범대)은 한국의 등산문화가 인상 깊었다. 날씨 좋은 날 평상복을 입고 학교 뒷산에 오르면, 고급 등산복을 차려입은 중년 아저씨·아주머니들이 있었다. “1000m도 안 되는 산에 올라가면서 값비싼 등산복을 입는 걸 보고 신기했어요. 인도에선 히말라야 갈 때도 안 입거든요.”
17일 경희대 국제교육원 강당에서 ‘제15회 세계 외국인 말하기 대회’가 열렸다. 19개 나라 21명의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참가해 경험담을 쏟아냈다. 모두 한국 문화와 정서에 깊이 매료된 이들이었지만, 낯설고 이해하기 힘든 경험도 털어놓았다.
태권도 도복을 입고 무대에 오른 프랑스 출신 질베흐 마히용(21·경희대 국제교육원)은 한국의 술문화에 대해 말했다. 지난해 봄, 질베흐는 “한 잔 하자”는 태권도 관장의 말에 회원들과 어울려 고깃집에 갔다. “정말 ‘한 잔’만 하는 줄 알았다”고 마히용은 말했다. 삼겹살은 빈 속을 채우는 ‘애피타이저’에 불과했고, 사람들은 삼겹살을 곁들여 소주를 마시는 데 몰두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행은 2차 술자리로 다시 옮겼는데, 2차가 끝나자 누군가 말했다. “가볍게 입가심으로 맥주 한 잔씩 더 하고 가죠?” 마히용은 “프랑스 사람과 마실 땐 서로 조심한다는 느낌뿐이었는데, 한국인과 술 마실 땐 같이 친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도 “그렇게 놀고 나서도 어떻게 다음날 아침 멀쩡하게 출근하고 학교 가는지 신기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여성 엘리자 영(21·우송대 국제대학)은 찜질방에 감동했다. 한국 드라마에서 봤던 찜질방을 지난해 겨울 처음 가봤다. “보석방, 산소방, 아이스방, 거기다 식혜와 맥반석 계란까지. 안 가보면 후회했을 거예요.” 그러나 탈의실에서 만난 한국 여성들은 낯설었다. “옷을 다 벗고 아무렇지 않게 돌아다니고 있었어요. 너무 놀랐어요. 인도네시아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었거든요.”
멕시코에서 온 오스왈도 카스트로(28·경희대 국제교육원)는 케이(K)-팝에 빠져 있다. 가수 아이유의 팬이다. 다만 중학생 나이로 보이는 가수들이 높은 하이힐을 신고 격렬한 춤을 추는 모습을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가수들이) 다 똑같이 생겨서 누가 누군지 몰랐어요.”
경희대 관계자는 “지난 1998년 세종대왕 탄신 600주년을 기념해 시작된 뒤 매년 열리는 대회”라며 “외국인들이 낯선 한국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체험한 한국 문화에 대해 진솔한 얘기를 나누는 계기”라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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