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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여옥, 엄청난 도둑질하고도 오히려 온갖 협박’

등록 2012-05-18 14:05수정 2012-05-18 16:46

전여옥 전 의원과 유재순  대표. 한겨레 자료사진
전여옥 전 의원과 유재순 대표. 한겨레 자료사진
유재순 “본인이 저지른만큼만 벌 받았으면”
전여옥 “변호사와 법률적으로 상담하고 있다”
뜻밖에도 전화선 너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재일언론인 유재순(54) <제이피뉴스> 대표는 8년간의 지루한 기다림 끝에 법원의 최종 승소 판결을 얻어냈건만 소감은 짤막하고 건조했다. “사필귀정. 인과응보”라는 두 마디 뿐이었다. 전여옥 의원(국민생각)의 출세작이자 베스트셀러인 <일본은 없다>를 둘러싼 법정다툼의 최종 결과는 전 의원이 표절했다는 것이었다.

대법원 3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18일 “전 의원이 유씨로부터 전해들은 취재내용과 소재, 아이디어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거나 인용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해당 기사로 인한 명예훼손 행위는 공익성과 진실성이 인정돼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고 밝혔다.

전 의원은 유재순(54)씨가 2004년 7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취재내용을 도용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명예훼손했다며 유씨 등을 상대로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으나 ‘자기가 놓은 덫’에 자기가 걸린 셈이다.

유 대표는 전 의원의 표절 경위에 대해 “1990년대 초반 전 의원과 <한국방송> 도쿄특파원 시절 친하게 지냈는데 제가 쓴 초고 6~7꼭지와 취재수첩 등을 복사해간 뒤 아무런 양해도 없이 그대로 도용해서 책을 출간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취재한 내용을 빌려간 다른 사람들도 있었는데 기사를 쓰거나 책을 출간할 때 출처를 인용했는데 전여옥 의원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면서 “책을 출간한 뒤에라도 미안하다는 한마디만 했어도 남하고 다투질 못하는 제 성격상 조용히 지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오히려 정반대의 태도를 취했다고 한다. 표절문제 불거진 이후 온갖 협박과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하는데 엄청난 도둑질을 해놓고도 오히려 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놓은 게 전여옥 의원이예요.”

세속적 기준으로만 본다면 <일본은 없다> 이후 두 사람의 인생행로는 극적으로 대비된다. 전 의원은 100만부 이상 ‘대박’난 책 덕분에 10억원 이상의 인세를 올렸으며, 이후 2번의 국회의원 발판이 되는 명성까지 얻었다. 한마디로 권세를 누린 것이다. 반면 유 대표는 2009년 일본에서 일본뉴스 전문 매체인 <제이피뉴스>를 창간했으나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억울 한 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본인이 저지른만큼만 벌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말고….”

1980년대 초반 난지도 쓰레기장 르포인 <난지도 사람들>을 통해 언론인으로서 이름을 알린 뒤 일본으로 건너가 26년째 현지에서 언론인으로 활동중인 유 대표는 표절에 관대한 한국 사회 풍조에도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대한민국이 이상한 것 아니에요? 그런 사람을 정치하도록 내버려 둔 것 말이에요. 일본이라면 정계나 언론이나 국민들이 죽었다 깨어나도 용납하지 않거든요”

실제 일본에서는 지나칠정도로 표절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한 편이다.

2007년 2월6일치 <아사히신문>은 ‘본사 기자에 의한 기사 도작 문제로 처분’이라는 제법 긴 기사를 통해 “자체조사 결과 니가타총국 소속 사진기자(47)가 작성한 총 16건의 사진기사 중 3건이 다른 신문 기사를 베낀 것으로 밝혀져 당사자를 해고하고 감독 책임을 물어 도쿄 본사 편집국장과 편집국 사진부센터 매니저를 경질, 감봉처분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취재로 사실을 판단하고 자신의 말로 전달하는 기자의 일의 핵심 부분이 소홀히 다뤄지고 말았다”면서 “있어서는 안 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을 심각하게 반성하고 처벌을 하면서 인사관리를 포함해 책임을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숙제를 다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에게 할 말은 없느냐고 묻자 “사과요구를 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났다”고 말했다. 전 의원이 사과할 시기를 놓쳤다는 뜻이다.

전 의원은 4·11 총선 직전 출간한 저서에서 표절문제를 언급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한편 전 의원은 이날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주 유감스럽다.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방법으로라도 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 끝이 아니다. 변호사와도 법률적으로 상담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전 의원은 이날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도 “법이 모든 것의 잣대는 아니다”라며 “표절이 아니라 아이디어 인용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도형 선임기자aip209@hani.co.kr 김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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