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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공모제 대학총장들 ‘리더십 흔들’

등록 2012-05-23 21:27

김진규 건국대 총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학생과 교직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로 교내 본관 앞에서 김 총장의 해임권고안을 다룰 이사회가 열리는 동안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진규 건국대 총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학생과 교직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능동로 교내 본관 앞에서 김 총장의 해임권고안을 다룰 이사회가 열리는 동안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사실상 이사회가 뽑은 총장
구성원 의견수렴 생략 일쑤
건국대 총장 자진사퇴키로
카이스트·서울여대도 갈등
학내 갈등을 줄이고, 경영능력이 탁월한 외부 인사를 영입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대학 총장 공모제가 오히려 대학 분규를 부추기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총장 직선제의 폐해를 극복하겠다며 사립대는 물론 국공립대까지 앞다퉈 총장 공모제를 도입했지만, 학내 구성원에 대한 민주적 의사수렴 과정이 생략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부터 학내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건국대가 대표적이다. 김진규 총장은 교수 연구평가 기준을 일방적으로 상향하거나, 학교 구성원들과 논의 없이 대학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등 독단적 업무 스타일로 교수·학생은 물론 교직원과 동문의 반발을 사 왔다.

결국 김 총장은 23일 열린 건국대 이사회에서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대학 이사회가 총장 해임 건을 다음달 2일 심의하기로 했는데, 김 총장이 ‘다음 이사회 이전에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해 사실상 자진사퇴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 이사회가 열리는 동안 건국대 교수·교직원·학생 등 300여명은 김 총장 퇴진 집회를 열었다.

이런 현상은 건국대에서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도 새 학기 들어 다시 한번 퇴진 논란에 휩싸였다. 카이스트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260여명은 지난 8일 ‘독선적 학교 운영과 구성원 간 분열 조장’을 이유로 서 총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서울여대에서는 이광자 총장의 4선 연임을 둘러싼 논란이 진행중이다. 2001년부터 ‘장기집권’하고 있는 이 총장이 다음 총장 선거에도 도전할 의사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교수와 학생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지난 4월 서울여대 교수 53명은 ‘서울여대의 미래를 걱정하는 교수들의 선언문’을 발표하고, 이 총장의 4선 연임에 반대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총장 선출 방식 때문에 이런 대학 분규가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총장 리더십을 둘러싼 논란이 벌어진 건국대·카이스트·서울여대 모두 총장 공모제 방식으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총장 공모제는 총장 선출위원회가 후보군을 추천하면 학교 이사회가 최종적으로 선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사실상 학교 이사회가 총장 선출을 좌지우지하는 것인데, 그 결과 대학 총장들은 학교 구성원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1987년 민주화 항쟁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많은 대학은 총장 직선제를 도입해 운용했다. 이때만 해도 대학 운영의 민주성이 가장 중요한 화두였다. 그러나 ‘총장 직선제가 교수간 파벌을 형성하고 학내 갈등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직선제 대신 공모제를 택하는 대학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대학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경영자 마인드’를 갖춘 외부 인사를 영입하려는 분위기도 형성됐다.

지난 10여년간 급격히 이뤄진 총장 선출제의 변화 때문에 현재 전국 사립대 대부분이 공모제로 총장을 선출하고 있다.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국공립대학의 평가 점수를 낮추기로 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정책도 이런 변화를 거들었다. 그 결과, 전국 38개 4년제 국공립대학 가운데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은 대학은 경북대·부산대 등 6곳뿐이다.

이에 따라 총장이 경영 효율을 앞세워 구성원 의견 수렴 없이 전횡을 일삼는 일이 잦아졌고, 이를 교수·학생·동문 등이 견제할 방법도 사라졌다. 경종민 카이스트 교수협의회 회장은 “총장 선출을 꼭 직선제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총장을 최종 결정하는 학교 이사회에 교수·동문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덕원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도 “총장 선출에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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