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 고층건물들 바깥벽에 각종 광고문구가 난립한다면 길을 걷는 시민들은 원치 않는 광고를 계속 봐야한다. 이 때문에 법으로 건물 외벽 광고는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단속 수단이 없어 건물주나 입주한 쪽이 바깥벽을 ‘저렴한 광고판’으로 쓰는 관행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2가 기업은행 본점은 지난해 11월부터 지금까지 6개월째 건물 외벽 앞뒤에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이란 대형 광고문구를 부착해두고 있다. 불법 광고물이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은 광고물 부착 위치를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게시대로 하고 크기도 창문, 출입문 면적의 2분의 1 범위 내로 제한하고 있다.
민원이 빗발치자 관할 중구청이 몇 차례 공문을 보냈고 합법적인 현수막 광고를 제안하기도 했지만 은행 쪽은 모르쇠다. 해당 구청이 연간 두 차례 5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물리는 것이 유일한 강제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바깥벽을 활용하는 엄청난 광고 효과를 포기할 수 없다며 이행강제금을 내고 버티겠다는 태도다.
중구청 담당 공무원은 “지난 6개월 동안 기업은행에 여러차례 공문을 발송해 광고물 철거를 요구했고, 지난 2월엔 과태료 성격인 500만원의 이행강제금도 부과했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다음달 과태료를 한번 더 부과한 후에도 해결이 안되면 소송이라도 해야할 판”이라고 말했다.
은행, 대기업 본점 등이 많은 서울 중구는 건물 바깥에 각종 불법광고물이 난립해 단속 공무원들이 골치를 앓는다. 중구청은 지난 2월 기업은행 맞은편에 있는 외환은행 본점에도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위반으로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최근 중구 순화동 <중앙일보>에 대해선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 홍보 현수막이 불법이라며 철거를 지시했다. 용산구청도 한강로3가 삼성건설 모델하우스 외벽의 대형 현수막에 대해 수거를 명령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행강제금액을 올리는 등 제도의 실효성을 보완할 필요가 있지만, 단속을 강화할 경우 대형건물 뿐만 아니라 중소형건물에 입주해 있는 생계형 영세상공인의 옥외광고물들도 단속 대상이 될 수 있어 고민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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