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가족
배우자에게 바람 허하라…‘폴리아모리’를 아시나요
배우자에게 바람 허하라…‘폴리아모리’를 아시나요
영국의 코언 부부
나만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조금 불쾌할 수도 있으니
“누구랑 잤어” 깜짝 고백만 말고… 그를 만난 건 3년 전이었다. 15년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돌싱’으로 돌아온 그는 연애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나 나나, 꼭 한 사람하고만 살 필요는 없는 것 같아.” 오, 마이 갓!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그의 말에 눈물이 터져나왔다. 눈물을 훔치며 생각해보니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평생 한 사람만 바라보며 살 수 있다고, 나는 자신할 수 있을까? ‘일부일처제’란 틀을 깨고 그와 사는 삶을 그려보기 시작한 것 그때부터였다. 우리의 관계는 처음엔 온갖 규칙과 함께 시작됐다. 이를테면 누가 누구에게 언제 전화를 해야 할지, 어떤 ‘애인’을 만나는 게 괜찮은지 같은 것들 말이다. 규칙을 빙자한 ‘통제’가 사실은 ‘질투’란 감정을 피하기 위한 것이란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쾌한 감정의 정체가 질투가 아니었음도 알게 됐다. ‘언젠가 그는 날 떠날 거야.’ ‘그의 눈에 더이상 내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그건 내 안에 자리한 ‘불안감’이었다. 그와의 관계가 익숙해지면서 자연히 규칙 따윈 필요 없게 됐다. 단 하나, “나 오늘 다른 여자랑 잤어” 따위의 ‘깜짝 고백은 하지 않는다’는 걸 제외하고. 얼마 전 나는 내 차의 고장난 헤드라이트를 고쳐주러 온 남자친구와 ‘잤다’. 와인을 마시며, 최근에 여자친구랑 헤어졌다는 그 친구의 얘기를 들어주다가 그렇게 됐다. 나는 그에게 이 사실을 솔직히 얘기했다. 그 주, 내가 워크숍에 가 있는 동안 그 역시 자신이 만나는 한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했다. 우리에게 이런 일들은 영화를 보러 가자고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다. 주변 친구들도 이젠 우리의 이런 관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미국의 시에라·마틴 부부
부인의 애인이 남편의 애인
무책임한 부모라고?
우리 아이들은 행복하다 최근 영국 <가디언>에 소개된 아리앤 코언 커플의 얘기다. 아리앤처럼 일부일처제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사람을 자유롭게 사랑하는 연인·부부들을 ‘폴리아모리스트’라고 부른다. 대서양 건너편, 미국 매사추세츠주 서머빌에 사는 시에라와 마틴 부부도 폴리아모리스트다. 시에라 부부의 얘기는 최근 <에이비시>(ABC) 방송을 통해 전국에 알려졌다. 7살, 4살의 두 딸을 둔 9년차 부부인 두 사람은 평범한 미국인 부부들과 크게 달라 뵈지 않았다. 남편 마틴에게 제이라는 또다른 애인이, 아내 시에라에겐 몰리와 로미라는 두 동성 애인이 있다는 점을 빼면 말이다. 마틴의 애인 제이에겐 데이비드란 또다른 유부남 애인이 있는데, 재밌게도 데이비드의 아내는 시에라의 애인이기도 한 몰리다. 몰리는 마크라는 또다른 애인이 있다. 복잡하게 얽힌 관계다. “좀 깨긴 하죠?” 시에라 스스로도 범상치 않은 관계란 점을 스스럼 없이 인정한다. 그렇다고 이들의 관계를 성적으로 문란한 관계나 한때의 불장난을 하는 사이라고 보긴 어렵다. 몰리와 데이비드 역시 12년간 결혼생활을 해온데다, 각각의 애인들과 최소 3~5년 넘게 만나고 있으니 말이다. 우정이 애정이 되고, 애정이 우정이 되는 관계에 가깝다. 이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무책임한 부모”란 비판을 한다.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이들은 이런 삶을 선택한 데 대해 후회가 없다. “이런 관계를 통해 삶에 엄청난 사랑과 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에라는 “우리 아이들은 일부일처제 가족의 장점들을 모두 누리며 산다”고 자신했다. 시에라의 7살짜리 딸 리오는 부모가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데이트를 하는 걸 알고 있지만 그게 “전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부 사이에 질투가 생기진 않을까?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시에라는 말했다. 이들은 질투를 부부 관계의 이상 신호로 받아들인다는 점이 다르다. “남편이 일주일에 3일 이상 애인 집에서 자고 들어왔을 때 질투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진짜 불만은 남편이 애인과 며칠 자고 온 게 아니라, 나와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에라의 설명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화보] 이번 주말 방구석 탈출 해보는 겁니다~잉! <한겨레 인기기사>
■ 열살 딸의 눈물 “우리아빠는 쓰고 버리는 드라마 소품인가요”
■ “김연아 교생실습은 쇼…대학이 잘못 가르쳐”
■ 펭귄의 사생활도 소중하니까요
■ 미 인권보고서, 한국 “이메일뒤지는 나라”
■ 하루 커피 4잔 마시면 오래 산다?
나만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조금 불쾌할 수도 있으니
“누구랑 잤어” 깜짝 고백만 말고… 그를 만난 건 3년 전이었다. 15년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돌싱’으로 돌아온 그는 연애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나 나나, 꼭 한 사람하고만 살 필요는 없는 것 같아.” 오, 마이 갓! 이게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야? 그의 말에 눈물이 터져나왔다. 눈물을 훔치며 생각해보니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평생 한 사람만 바라보며 살 수 있다고, 나는 자신할 수 있을까? ‘일부일처제’란 틀을 깨고 그와 사는 삶을 그려보기 시작한 것 그때부터였다. 우리의 관계는 처음엔 온갖 규칙과 함께 시작됐다. 이를테면 누가 누구에게 언제 전화를 해야 할지, 어떤 ‘애인’을 만나는 게 괜찮은지 같은 것들 말이다. 규칙을 빙자한 ‘통제’가 사실은 ‘질투’란 감정을 피하기 위한 것이란 걸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불쾌한 감정의 정체가 질투가 아니었음도 알게 됐다. ‘언젠가 그는 날 떠날 거야.’ ‘그의 눈에 더이상 내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그건 내 안에 자리한 ‘불안감’이었다. 그와의 관계가 익숙해지면서 자연히 규칙 따윈 필요 없게 됐다. 단 하나, “나 오늘 다른 여자랑 잤어” 따위의 ‘깜짝 고백은 하지 않는다’는 걸 제외하고. 얼마 전 나는 내 차의 고장난 헤드라이트를 고쳐주러 온 남자친구와 ‘잤다’. 와인을 마시며, 최근에 여자친구랑 헤어졌다는 그 친구의 얘기를 들어주다가 그렇게 됐다. 나는 그에게 이 사실을 솔직히 얘기했다. 그 주, 내가 워크숍에 가 있는 동안 그 역시 자신이 만나는 한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했다. 우리에게 이런 일들은 영화를 보러 가자고 친구에게 전화를 거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럽다. 주변 친구들도 이젠 우리의 이런 관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미국의 시에라·마틴 부부
부인의 애인이 남편의 애인
무책임한 부모라고?
우리 아이들은 행복하다 최근 영국 <가디언>에 소개된 아리앤 코언 커플의 얘기다. 아리앤처럼 일부일처제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사람을 자유롭게 사랑하는 연인·부부들을 ‘폴리아모리스트’라고 부른다. 대서양 건너편, 미국 매사추세츠주 서머빌에 사는 시에라와 마틴 부부도 폴리아모리스트다. 시에라 부부의 얘기는 최근 <에이비시>(ABC) 방송을 통해 전국에 알려졌다. 7살, 4살의 두 딸을 둔 9년차 부부인 두 사람은 평범한 미국인 부부들과 크게 달라 뵈지 않았다. 남편 마틴에게 제이라는 또다른 애인이, 아내 시에라에겐 몰리와 로미라는 두 동성 애인이 있다는 점을 빼면 말이다. 마틴의 애인 제이에겐 데이비드란 또다른 유부남 애인이 있는데, 재밌게도 데이비드의 아내는 시에라의 애인이기도 한 몰리다. 몰리는 마크라는 또다른 애인이 있다. 복잡하게 얽힌 관계다. “좀 깨긴 하죠?” 시에라 스스로도 범상치 않은 관계란 점을 스스럼 없이 인정한다. 그렇다고 이들의 관계를 성적으로 문란한 관계나 한때의 불장난을 하는 사이라고 보긴 어렵다. 몰리와 데이비드 역시 12년간 결혼생활을 해온데다, 각각의 애인들과 최소 3~5년 넘게 만나고 있으니 말이다. 우정이 애정이 되고, 애정이 우정이 되는 관계에 가깝다. 이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은 “무책임한 부모”란 비판을 한다.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이들은 이런 삶을 선택한 데 대해 후회가 없다. “이런 관계를 통해 삶에 엄청난 사랑과 지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에라는 “우리 아이들은 일부일처제 가족의 장점들을 모두 누리며 산다”고 자신했다. 시에라의 7살짜리 딸 리오는 부모가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데이트를 하는 걸 알고 있지만 그게 “전혀 이상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부 사이에 질투가 생기진 않을까?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시에라는 말했다. 이들은 질투를 부부 관계의 이상 신호로 받아들인다는 점이 다르다. “남편이 일주일에 3일 이상 애인 집에서 자고 들어왔을 때 질투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진짜 불만은 남편이 애인과 며칠 자고 온 게 아니라, 나와 함께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에라의 설명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화보] 이번 주말 방구석 탈출 해보는 겁니다~잉!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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