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사퇴” 성명 뒤
사태수습책 잇따라 나와
사태수습책 잇따라 나와
조계종 승려의 도박 파문과 관련한 결정적 분기점은 지난 22일 수좌승 10명의 성명 발표였다. “대접받는 중 노릇을 하며 스스로를 속이는 삶을 이어갈 자신이 없다”며 2년 전, 조계종 승적을 반납하고 은둔 수행에 들어간 수경 스님도 이 성명에 참가했다. “자승 총무원장은 이번 사태를 책임지고 사퇴하라”는 성명 이후 총무원은 사태 수습책을 속속 내놓았다.
그럼에도 수행승들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은 것으로 보였다. 지난 23일 충청도의 한 사찰 근처 개인 거처에서 만난 수경 스님은 “내가 나서서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직접적인 답을 피하면서도 “요즘엔 기도하기도 면구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수경 스님은 지리산에 있는 어느 사찰에 들러 이번 사태에 대한 승려들의 의견을 듣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스님들은 격앙돼 있었다고 한다. 수경 스님은 성명 발표 계기 등을 묻는 기자에게 계속하여 답을 피했다. 몇몇 대화에 대해서도 “비보도”를 요청했는데, 종단의 근본적 쇄신에 대한 목소리가 수행승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는 취지였다.
수경 스님의 고민은 이번 도박 사태를 접하는 다른 수좌승들의 고민과 맞닿아 있다. 불교계에서는 좀처럼 종단 일에 나서지 않는 원타 스님과 월암 스님이 성명에 참여한 것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월암 스님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성명에 나온 대로”라며 말을 아꼈다. 성명서 발표 이후 조계종의 표상인 수좌승들은 입을 닫고 있다. 다만 그 이면에는 성명의 내용대로 쇄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대한 결기도 깃들어 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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