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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막으니까 브로커가 판치잖아요”

등록 2005-07-28 18:26수정 2005-07-28 18:53

재중동포 자유왕래 촉구 조선족민간인청원단 박성군씨
재중동포 자유왕래 촉구 조선족민간인청원단 박성군씨
‘재중동포 자유왕래’ 촉구 조선족민간인청원단 박성군씨
 “조선족의 자유로운 왕래가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과 조선족 사이에 메울 수 없는 골이 생길 겁니다.”

22일 한국을 찾은 ‘중국 조선족 민간인청원단’의 박성군(60)씨는 한국 정부가 시급히 재중동포의 자유로운 왕래를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중국 선양에서 먼 길을 무릅쓰고 한국까지 온 까닭은 한국행을 주선하는 불법 브로커가 기승을 부리고, 수백만 원씩 사기 피해를 당하는 등 한국 입국과 관련해 재중동포 사회가 여전히 심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재중동포는 지난해 재외동포로 인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까다로운 규제들이 많아 입국이 쉽지 않다.

“한국 정부가 입국 제한을 하니까 불법 브로커가 판을 치지요. 6만 위안, 한국 돈 800만 원 가량을 들여야 한국에 올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번 들어오면 쉽게 나가려 하겠습니까?” 그는 한국에 온 재중동포들이 5년, 10년씩 불법체류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주위에 뜻을 함께 하는 동료 3명과 함께 지난 4월 민간인청원단을 꾸렸다. 그리고 중국 동북 3성의 30개 도시를 돌면서 동포 1380명으로부터 재중동포의 자유왕래 허용을 촉구하는 서명을 받았다. 한쪽 다리에 의족을 한 그에게 지난 4월에 시작한 서명 작업은 꼬박 석달이 걸렸다. 그는 서명 명부와 함께, 조선족경제교류협회 등 동포 단체들의 연서를 담은 4m 길이의 펼침막, 상패 모양의 청원서 2개 등을 가져와 청와대와 국회에 전달할 작정이다.

그는 자유왕래를 허용해도 재중동포들이 밀물처럼 몰려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50만 명 정도는 일하러 오겠죠. 하지만 불법 취업한 재중동포가 한국 정부의 통계로 28만 명입니다. 통계에 안 잡힌 이들까지 포함하면 40만 명 정도는 될 거구요. 장기 불법 체류자 40만 명과 수시로 오가는 합법적 노동자 50만 명 가운데 어떤 게 더 나을까요?”

“불법체류에 묶여 사기당하고 가정 깨지고 아이들 버려지고…”

박씨는 1945년 중국 랴오닝성 통화에서 태어난 재중동포 2세다. 그는 경남 울산이 고향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서 인 듯 말투에서 강한 경상도 억양이 풍겨 나온다. 또 그는 고교시절 조선어 문집을 펴냈던 게 빌미가 돼 문화혁명 당시 하방을 당해 갖은 고초를 겪기도 했다. 그 뒤 개인 사업을 벌이기도 했던 그는 1987년 ‘선양시 조선족 문학회’를 만들어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년 간 재중동포 여성의 위장결혼을 소재로 <남가일몽> <꽃구름 먹구름> <오작교는 운다> <유성> <빵구 난 그물> 등 5편의 소설을 펴냈다. “한국에 가기 위해 한 해 4만 명 가량의 조선족 여성이 한국 남성과 거짓 결혼을 합니다. 심지어 남편이 있는 여자들도 형식적으로 이혼을 하고 위장 결혼을 하지요. 결혼 전에 머리칼 하나 건드리지 않기로 한국 남성과 각서를 쓰지만, 막상 한국에 가면 성관계를 강요받고 폭력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그들이 아무 저항도 할 수 없다는 걸 한국 남자들이 알고 있거든요.” 그는 위장결혼 문제가 재중동포 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며 “오순 도순한 가정이 깨지고, 아이들이 버려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재중동포의 자유왕래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을 기자 helee@hani.co.kr

, 최현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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