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개혁기독교연대 등 3개 단체가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강당에서 연 ‘안기부 엑스파일 진상공개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덕신 목사(오른쪽)가 “이번 사건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우리 사회가 거듭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도청테이프파문확산] 전 국정원 감찰실장 ‘테이프 소각’ 했다지만…
1999년 3월~2001년 4월 국가정보원 감찰실장을 지낸 이건모(60)씨는 28일 <연합뉴스>에 보낸 ‘이른바 엑스파일 관련 나의 입장’이라는 에이(A)4 8장 분량의 글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밀도청팀 ‘미림’의 팀장인 공운영(58)씨로부터 도청자료를 회수해 모두 소각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당시 천용택 국정원장에게도 도청자료를 정리·분석한 구체적인 내용은 보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자료가 완전히 소각됐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테이프 회수=이씨는 99년 여름께 상부로부터 “재미교포라는 사람이 안기부 시절 도청 문건을 갖고 삼성 쪽을 협박한다니 알아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가 경제과 직원에게 상황을 알아볼 것을 지시해 그로부터 “사실입니다. 삼성 쪽은 절대로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말을 들었다.
이씨는 테이프 존재 사실을 알게 된 지 2주일 만에 공씨와 함께 근무한 현직 직원들을 앞세워 공씨로부터 테이프 200여개와 녹취록 등 두 상자 분량을 반납받았고 전체 내용을 정리·분석한 뒤 캐비닛에 보관해 엄격히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상자를 여는 순간 소름이 확 끼치며 ‘대악재다. 차라리 이런 내용이 이렇게 많을 줄 알았으면 (회수하는) 척만 하고 회수하지 말걸’ 하는 등 만감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테이프 200여개·녹취록등 2상자 회수
천 원장에 “공개하면 핵폭탄” 보고
“구체적 보고 않고 외부 유출 없었다”
안팎 관심 집중…전량 반납·소각 미지수 보고 및 처리=이씨는 “마지막엔 죽기뿐 더하겠나”고 결심하고 자료 정리·분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천용택 원장에게는 “테이프가 공개되면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친 붕괴가 올지도 모르는 핵폭탄”이라며 “1개라도 외부에 유출돼서는 안 되고, 유출될 경우에는 원장이나 자신이나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는 범죄자가 된다”고 보고했다. 그는 또 원장에게 ‘자료의 구체 내용에 접근을 피하시는 게 좋겠음. 원장님이나 설령 원장님보다 더 높은 분이 테이프를 내놓으라 한들 제가 감찰실장으로 있는 한 절대 불가’라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씨 자신이 도청자료 처리를 맡아 99년 12월 말 자신 앞에서 보안과 피(P) 팀장과 직원을 시켜 목록과 테이프를 일일이 확인하도록 한 뒤 전량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천 전 원장도 모른다?=이씨는 천 원장에게도 “지금 당장 아시는 만큼 흥미롭게 활용도가 크시겠지만 자칫 잘못되면 국가에 큰 화를 끼칠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불행해질 수 있다”며 자신이 책임지고 도청자료를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회수한 도청자료를 정리·분석한 뒤 천 원장에게 구체적인 내용은 보고하지 않고 모두 불태워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 원장이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천 원장은 99년 12월 “(중앙일보 사장인) 홍석현씨가 정치자금법 개정 이전에 당시 국민회의 대선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말해 경질된 바 있다. 최근 공개된 녹취록에는 삼성그룹이 홍 중앙일보 사장을 통해 대선 후보들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담겨 있다. 천 원장이 도청자료의 내용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 근거다. 이씨는 또 99년 12월 테이프와 녹취록 등 도청자료를 모두 소각시켰다고 말했지만, 현재 국정원이 당시의 녹취록 등 도청자료의 일부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이씨는 99년 당시 도청 테이프 입수사실을 국정원 안팎에서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테이프 유출한 쪽에서 녹취록을 돌려서 알 만한 사람은 다 감찰실에서 테이프를 회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입수하려 시도한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어 공씨에게 접근해서 입수를 시도하기도 했다”고 밝혀 테이프 일부가 흘러나왔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비밀도청팀장인 공씨가 국정원에서 가지고 나왔던 도청자료를 감찰실에 모두 반납했는지 여부도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검찰 “‘도청 테이프’ 원본을 찾아라”
방송사에 협조 요구…특수부 검사파견 ‘뒤늦은 총력전’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엑스파일) 수사에 나선 검찰이 도청 테이프 원본을 확보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검찰은 27일 국가정보원에 테이프 원본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한 데 이어, 미림팀장이었던 공운영(58)씨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으나 이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1999년 공씨로부터 불법도청 테이프를 회수한 이건모(60) 당시 국정원 감찰실장은 28일 “공씨한테서 도청 테이프 200여개를 넘겨 받아 모두 소각했는데, 엑스파일 내용 중에 공씨로부터 반납받은 자료에 없는 것들이 있다”고 말해, 국정원도 엑스파일 원본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검찰은 28일에도 도청 테이프를 언론사에 건넨 혐의로 긴급체포된 재미교포 박인회(미국명 윌리엄 박·58)씨의 친척 집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엑스파일을 처음 입수한 <문화방송>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이처럼 원본 확보에 매달리는 것은 엑스파일에 등장하는 삼성의 불법 로비 행태를 수사할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녹취록은 유포한 사람의 의도에 따라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원본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며 “엑스파일 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의혹도 있기 때문에 원본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원본을 확보한 뒤 삼성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에 특수부 검사들이 파견돼 있지만, 아직 수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수사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에 공안부 검사들로만 수사팀을 구성했다가 “수사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부랴부랴 특수부 검사 2명을 파견했다. 하지만 과거 세풍이나 불법대선자금사건 수사에서 포착된 삼성의 비자금 조성 단서로도 충분히 삼성의 로비 행태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하다 보면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 더욱 강압적인 수사기법을 도입할 수도 있다”며 “수사 일정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 원장에 “공개하면 핵폭탄” 보고
“구체적 보고 않고 외부 유출 없었다”
안팎 관심 집중…전량 반납·소각 미지수 보고 및 처리=이씨는 “마지막엔 죽기뿐 더하겠나”고 결심하고 자료 정리·분석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천용택 원장에게는 “테이프가 공개되면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 걸친 붕괴가 올지도 모르는 핵폭탄”이라며 “1개라도 외부에 유출돼서는 안 되고, 유출될 경우에는 원장이나 자신이나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하는 범죄자가 된다”고 보고했다. 그는 또 원장에게 ‘자료의 구체 내용에 접근을 피하시는 게 좋겠음. 원장님이나 설령 원장님보다 더 높은 분이 테이프를 내놓으라 한들 제가 감찰실장으로 있는 한 절대 불가’라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씨 자신이 도청자료 처리를 맡아 99년 12월 말 자신 앞에서 보안과 피(P) 팀장과 직원을 시켜 목록과 테이프를 일일이 확인하도록 한 뒤 전량 소각했다고 주장했다. 천 전 원장도 모른다?=이씨는 천 원장에게도 “지금 당장 아시는 만큼 흥미롭게 활용도가 크시겠지만 자칫 잘못되면 국가에 큰 화를 끼칠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불행해질 수 있다”며 자신이 책임지고 도청자료를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회수한 도청자료를 정리·분석한 뒤 천 원장에게 구체적인 내용은 보고하지 않고 모두 불태워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 원장이 구체적인 내용을 몰랐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천 원장은 99년 12월 “(중앙일보 사장인) 홍석현씨가 정치자금법 개정 이전에 당시 국민회의 대선 후보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말해 경질된 바 있다. 최근 공개된 녹취록에는 삼성그룹이 홍 중앙일보 사장을 통해 대선 후보들에게 돈을 건넨 사실이 담겨 있다. 천 원장이 도청자료의 내용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는 근거다. 이씨는 또 99년 12월 테이프와 녹취록 등 도청자료를 모두 소각시켰다고 말했지만, 현재 국정원이 당시의 녹취록 등 도청자료의 일부를 가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이씨는 99년 당시 도청 테이프 입수사실을 국정원 안팎에서 알고 있었냐는 질문에 “테이프 유출한 쪽에서 녹취록을 돌려서 알 만한 사람은 다 감찰실에서 테이프를 회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입수하려 시도한 사람들도 있었다. 심지어 공씨에게 접근해서 입수를 시도하기도 했다”고 밝혀 테이프 일부가 흘러나왔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비밀도청팀장인 공씨가 국정원에서 가지고 나왔던 도청자료를 감찰실에 모두 반납했는지 여부도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검찰 “‘도청 테이프’ 원본을 찾아라”
방송사에 협조 요구…특수부 검사파견 ‘뒤늦은 총력전’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엑스파일) 수사에 나선 검찰이 도청 테이프 원본을 확보하지 못해 고심하고 있다. 검찰은 27일 국가정보원에 테이프 원본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한 데 이어, 미림팀장이었던 공운영(58)씨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으나 이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1999년 공씨로부터 불법도청 테이프를 회수한 이건모(60) 당시 국정원 감찰실장은 28일 “공씨한테서 도청 테이프 200여개를 넘겨 받아 모두 소각했는데, 엑스파일 내용 중에 공씨로부터 반납받은 자료에 없는 것들이 있다”고 말해, 국정원도 엑스파일 원본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검찰은 28일에도 도청 테이프를 언론사에 건넨 혐의로 긴급체포된 재미교포 박인회(미국명 윌리엄 박·58)씨의 친척 집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엑스파일을 처음 입수한 <문화방송>에 협조를 요청하는 것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이처럼 원본 확보에 매달리는 것은 엑스파일에 등장하는 삼성의 불법 로비 행태를 수사할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녹취록은 유포한 사람의 의도에 따라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원본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며 “엑스파일 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르다는 의혹도 있기 때문에 원본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원본을 확보한 뒤 삼성 로비 의혹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에 특수부 검사들이 파견돼 있지만, 아직 수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수사가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에 공안부 검사들로만 수사팀을 구성했다가 “수사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부랴부랴 특수부 검사 2명을 파견했다. 하지만 과거 세풍이나 불법대선자금사건 수사에서 포착된 삼성의 비자금 조성 단서로도 충분히 삼성의 로비 행태에 대한 수사가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를 진행하다 보면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 더욱 강압적인 수사기법을 도입할 수도 있다”며 “수사 일정을 전면적으로 재조정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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