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삼성 로비·불법도청 철저수사” 촉구
재미동포 박씨 영장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불법도청 테이프(엑스파일)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서창희)는 28일 도청 테이프를 유출하고 이를 근거로 삼성그룹을 협박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및 공갈미수)로 재미동포 박인회(58)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또 미림팀장 공운영(58)씨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서울 상도동 박씨 아버지 집을 압수수색했다. 박씨의 영장은 29일 실질심사를 거쳐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
이와 함께 검찰은 불법 도청조직 미림팀의 활동과 관련해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46)씨와 이원종(66)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의 출국금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안기부장이었던 권영해(68)씨는 현재 형집행정지로 출국금지 상태다.
국정원은 이에 앞서 공씨에게 박씨를 소개하는 등 불법 도청 및 테이프 등 유포에 관련된 전 국정원 직원 임아무개씨 등 10여명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을 상대로 문민정부 들어 폐지됐던 미림팀이 1994년 재건된 이유와 미림팀이 작성한 불법도청 내용을 보고받았는지 여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날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등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뇌물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횡령죄 등으로 고발한 참여연대의 이재명 투명사회국장을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이날 일부 언론사가 확보한 테이프 녹취록도 확보해 검토했다고 밝혔다.
한편, 참여연대와 환경연합, 여성단체연합,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 등 14개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삼성의 불법 로비와 안기부 불법도청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과거 안기부의 불법도청과 삼성의 불법로비에 대한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안기부의 불법도청은 어떤 경우에도 용서될 수 없는 불법행위이지만 일부 언론과 검찰은 불법도청 사실과 그 유포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정치권력, 경제권력, 언론권력, 검찰의 유착이라는 사건의 본질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지금까지 삼성그룹이 860억원 가량의 불법적인 정치자금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지만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처벌은커녕 제대로 된 조사조차 없었다”며 “이회성씨의 공소장 내용만으로도 위법행위 증명이 충분히 가능한 만큼 삼성 관계자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과 기자협회, 언론노조, 한국언론정보학회, 피디연합회 등 이날 회견에 참석한 언론단체들은 ‘언론계도 털 것 털고 부활하자’는 성명을 내어 언론의 균형있는 보도를 주문했다. 이들은 “<중앙일보>는 불법도청만을 집중 부각해 홍석현씨와 삼성 보호에 급급해하고, <조선일보> 또한 자사 이기주의적인 물타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들은 버린 자식이라 치더라도 나머지 언론사들은 경제·언론·정치·검찰 유착이라는 문제의 본질에 대한 균형있는 보도에 노력해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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