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속 전선이상→누전→맨홀뚜껑→빗물→감전가능성
전국에 6만개…“굽에 못박힌 여성용 구두 위험 커”
전국에 6만개…“굽에 못박힌 여성용 구두 위험 커”
빗길을 걷던 시민들이 맨홀에서 흘러나온 전기에 감전돼 숨지는 사고가 잇따라 일어났지만, 근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 도로 곳곳에 설치돼 있는 6만여개의 맨홀이 ‘여름철의 지뢰’ 노릇을 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밤 9시24분께 인천시 중구 전동에서 빗길을 걷던 여고생 이아무개(16)양이 맨홀 뚜껑을 밟고 감전돼 숨졌다. 폭우가 쏟아진 같은 달 1일 밤 9시15분께 부산시 동래구 온천1동에서도 길을 가던 고아무개(23)씨가 맨홀에서 흘러나온 전기에 감전돼 숨졌다.
빗길 감전사는 맨홀에 묻혀 있는 전선 이음새에 이상이 생겨 흘러나온 전기가 맨홀 뚜껑을 통해 사람에게 옮아 일어난다. 특히, 비 오는 날에는 새나온 전기가 빗물에 닿아 전류가 세지기 때문에 감전 위험이 더 크다.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집계한 2003년도 감전사고 통계를 보면, 비가 많이 내리는 6~8월 사이 전체 사고의 37%가 집중됐다.
사고가 잇따르자 맨홀 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전력은 산업자원부와 함께 이달 초 맨홀 뚜껑 아래 절연 고무판을 설치하고, 전선 접속부에 전기가 통하지 않도록 절연 테이프를 감는 작업을 벌였다. 한전 쪽은 2007년까지 맨홀 뚜껑을 전기가 통하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뚜껑에 절연 고무를 설치하고, 전선을 테이프로 감는 작업으로는 전기 누출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맨홀 뚜껑을 플라스틱으로 바꿔도 여전히 누전의 위험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전 관계자는 “접속함 안에 전선을 보호하려고 절연 테이프를 감는 일은 사람이 손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실수가 있을 수도 있고, 테이프가 느슨해지면 전선이 노출돼 누전 위험이 있다”며 “절연성이 강한 실리콘으로 접속함 안쪽을 메우는 방법 등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신발 굽에 못이 박혀 있는 여성용 구두를 신을 경우 비 오는 날 맨홀 뚜껑에서 흘러나온 전기에 감전될 위험이 크다”며 “빗길에서는 될 수 있으면 맨홀 뚜껑을 밟지 않고 지나가는 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박주희 기자, 강나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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