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께, 휴대전화는 무엇입니까?
휴대전화는 여러분의 생활을 얼마나 차지하고 있나요? 혹시 여러분 핏속에 녹아 흐르고 있지는 않나요? ‘테이크 아웃 TV’ 시대라지만, 지나쳤나요? 지난 6월, 이동통신 3사의 음성통화 발신건수는 69억885만건, 문자메시지(SMS) 발신건수는 57억1346만건에 이르렀습니다.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휴대전화.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세상을 해석하면 어떻게 될까요? 한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를 중심으로 170개 단어와 속담 등을 해석한 ‘현대생활백서’를 내놨습니다. 지난 주말부터 대리점 등에서 거저 나눠주고, 며칠 전부터는 일간지에 광고도 시작했습니다. “모바일이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 15년 정도 됐는데, 휴대폰이 생활습관 등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이런 내용을 담았다”는 게 이 업체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현대생활백서’의 머릿 글은 도발적입니다.
“모든 것은 새로운 기술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서비스를 부르고, 새로운 서비스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부르고,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은 새로운 사고방식을 부른다. 늘 그래왔듯, 시대의 흐름은 도도하다. 그 도도한 흐름의 한 가운데, 휴대폰이 있다. 그래서 휴대폰은, 도구가 아니다. 휴대폰은, 환경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온 국민이 시대의 모세혈관, 휴대폰으로 일기를 쓰고 있다.”
“온 국민이 쓰는 휴대폰 일기”를 훔쳐볼까요? △이별통보: 헤어지자는 말을 차마 못 꺼냈을 때, 커플요금 해지신청을 하는 것. XXX께서 커플요금 해지를 신청하셨습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애국심: 휴대폰을 로밍해 갖고 간 외국에서 다른 나라 여행객들이 신기해하며 보여달라고 할 때 느끼는 우월한 감정. △그림의 떡: 그렇게 갖고 싶어 하시던 휴대폰을 가진 할머니가 요금이 아깝다고 사용하지 않으시는 것. 비슷한말 무용지물.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문자메시지 요금이 통화요금보다 더 많이 나오는 행태. 동의어,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백문이 불여일견: 정말 괞찬다라는 말만 믿고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간 폭탄세례를 받는다. 주선자에게 동영상 메일을 요청하라. △고장인가요: 늘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버릇 때문에 종종 다른 사물과 혼동하여 빚어지는 현상.
Q 마우스를 아무리 움직여도 작동을 안해요.
A 휴대폰을 쥐고 계십니다.
Q 리모컨을 아무리 눌러도 TV가 안 켜져요.
A 혹시 휴대폰 전원버튼을 누르고 계신 건 아닙니까? △군대 가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 입영장소에서 가족들에게 휴대폰을 건네주는 순간. △군중속의 고독: 저장된 전화번호는 많은데 걸 사람이 없는 경우. 인간관계를 되돌아보라. △권태기: 자신의 휴대폰이 고장 나도 A/S 할 생각을 안하는 시기를 뜻한다. 심할 땐 액정이 나가도 신경을 안쓰는 경우도 있다. △뒷북: 최신 슬림폰이 유행하고 있는데, 혼자 카메라폰 샀다고 자랑하는 사람. △무인도: 오늘 하루만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유로운 로빈슨 크루소가 되고 싶다면 휴대폰만 꺼둘 것. 무인도가 따로 필요 없다. △미필적 고의: 새 휴대폰을 갖고 싶은 사람이 본인의 낡은 휴대폰을 일부러 분실하는 행동. △버스보다 지하철이 좋은 이유: 급정거, 오르막, 내림막이 없다. 액정이 흔들리지 않아서 게임하기 딱이다.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우연히 휴대폰을 주웠을 때는 우체국에 갖다 주고 2만원 상품권을 받는다. 언제 또 주울지 모르는 게 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헤어진 뒤에 옛 애인이 좋아하던 곡으로 컬러링을 바꾸는 것. 그래봐야 기차는 이미 떠났다.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휴대폰으로 야한 사진 보다가 선생님이 근처에 왔는데도 모르는 경우. △액정 시계의 저주: 무심결에 휴대폰으로 시계를 볼 때면 꼭 4:44분이다. △은행: 휴대폰을 저렴하게 사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가는 장소 중 하나. 돈을 찾으러 가는 사람도 가끔은 있음. △징크스: 커플요금제를 하면 꼭 헤어지게 된다. 80년대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여인은 헤어지게 된다는 징크스의 2000년대 판. △허니문: 휴대폰을 새로 바꾸고 짧게는 일주일, 길면 한달 정도의 기간. 휴대폰을 손에서 놓칠세라, 긁힐세라 떠받들며 다닌다. 남들에게 자랑하지 못해 안달이다. 보고 있어도 잃어버릴 것 같아 불안해한다. △화장실 에티켓(상) : 공중 화장실에서 옆 칸에 있는 사람이 통화하고 있을 때 잠시 기다렸다가 물을 내리는 행위.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문자메시지를 거의 다 썼는데, 전화가 걸려오는 것. 최근에 다 된 밥 되살리기 기능이 있어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삼십육계: 지겨운 회의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면 문자를 보내는 척 알람을 맞춰놓는다. 알람이 울리면 전화가 온 양 “실례합니다”라며 회의실을 빠져나온다. 자주하면 탄로날 수 있으므로, 수위를 조절하자. △박애주의: 공공장소에서 위성 DMB폰을 꺼내어 나 아닌 다른 사람과 TV를 나눠보는 행위. △손톱깎기: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엄지 손톱이 거슬리면 손톱을 깎을 때가 된 것이다. △문어발: 여행지에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자게 될 때 멀티탭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휴대폰 충전기들. △애인과 휴대폰의 공통점:
1. 처음에 무지하게 좋은데 시간이 지나면 무덤덤해진다.
2. 이것 저것 액세서리를 달면 예뻐 보인다.
3. 크고 두꺼운 것보다는 작고 얇은 게 훨씬 좋다.
4. 시간이 지나면 자꾸만 신형에게 관심이 간다.
5. 없으면 아쉽고 있으면 귀찮다.
6. 기능이 좋으면 디자인이 떨어지고, 디자인이 좋으면 기능이 떨어진다.
7. 디자인도 좋고 기능도 좋은 것은 무지하게 비싸다.
8. 능력 있는 놈은 디자인도 좋고 기능도 좋은 것을 갖는다.
9. 또, 능력에 따라서 여러 대를 가질 수도 있다.
10. 때에 따라서는 무기로 돌변하기도 한다.
11. 많이 사용하면 돈이 많이 든다.
12. 남이 내 꺼 쓰면 기분 나쁘다. 등등등...
여러분은 얼마나 동의하십니까? 이 ‘현대생활백서’를 보면서, 기자는 제일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물인간’은 어떻게 풀이할 수 있을까? 기자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식물인간: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오거나 잃어버린 뒤, 전화나 문자를 못받을 생각에 불안하고 도무지 집중이 안되서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는 상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휴대전화가 없다고 식물인간이 되고 마는 우리의 자화상? 여러분은 ‘현대생활백서’에 어떤 단어를, 어떤 풀이로 올리고 싶으십니까?
“온 국민이 쓰는 휴대폰 일기”를 훔쳐볼까요? △이별통보: 헤어지자는 말을 차마 못 꺼냈을 때, 커플요금 해지신청을 하는 것. XXX께서 커플요금 해지를 신청하셨습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 △애국심: 휴대폰을 로밍해 갖고 간 외국에서 다른 나라 여행객들이 신기해하며 보여달라고 할 때 느끼는 우월한 감정. △그림의 떡: 그렇게 갖고 싶어 하시던 휴대폰을 가진 할머니가 요금이 아깝다고 사용하지 않으시는 것. 비슷한말 무용지물.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문자메시지 요금이 통화요금보다 더 많이 나오는 행태. 동의어,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 △백문이 불여일견: 정말 괞찬다라는 말만 믿고 소개팅 자리에 나갔다간 폭탄세례를 받는다. 주선자에게 동영상 메일을 요청하라. △고장인가요: 늘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버릇 때문에 종종 다른 사물과 혼동하여 빚어지는 현상.
Q 마우스를 아무리 움직여도 작동을 안해요.
A 휴대폰을 쥐고 계십니다.
Q 리모컨을 아무리 눌러도 TV가 안 켜져요.
A 혹시 휴대폰 전원버튼을 누르고 계신 건 아닙니까? △군대 가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 입영장소에서 가족들에게 휴대폰을 건네주는 순간. △군중속의 고독: 저장된 전화번호는 많은데 걸 사람이 없는 경우. 인간관계를 되돌아보라. △권태기: 자신의 휴대폰이 고장 나도 A/S 할 생각을 안하는 시기를 뜻한다. 심할 땐 액정이 나가도 신경을 안쓰는 경우도 있다. △뒷북: 최신 슬림폰이 유행하고 있는데, 혼자 카메라폰 샀다고 자랑하는 사람. △무인도: 오늘 하루만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자유로운 로빈슨 크루소가 되고 싶다면 휴대폰만 꺼둘 것. 무인도가 따로 필요 없다. △미필적 고의: 새 휴대폰을 갖고 싶은 사람이 본인의 낡은 휴대폰을 일부러 분실하는 행동. △버스보다 지하철이 좋은 이유: 급정거, 오르막, 내림막이 없다. 액정이 흔들리지 않아서 게임하기 딱이다.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우연히 휴대폰을 주웠을 때는 우체국에 갖다 주고 2만원 상품권을 받는다. 언제 또 주울지 모르는 게 흠.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헤어진 뒤에 옛 애인이 좋아하던 곡으로 컬러링을 바꾸는 것. 그래봐야 기차는 이미 떠났다.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휴대폰으로 야한 사진 보다가 선생님이 근처에 왔는데도 모르는 경우. △액정 시계의 저주: 무심결에 휴대폰으로 시계를 볼 때면 꼭 4:44분이다. △은행: 휴대폰을 저렴하게 사기 위해 사람들이 많이 가는 장소 중 하나. 돈을 찾으러 가는 사람도 가끔은 있음. △징크스: 커플요금제를 하면 꼭 헤어지게 된다. 80년대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여인은 헤어지게 된다는 징크스의 2000년대 판. △허니문: 휴대폰을 새로 바꾸고 짧게는 일주일, 길면 한달 정도의 기간. 휴대폰을 손에서 놓칠세라, 긁힐세라 떠받들며 다닌다. 남들에게 자랑하지 못해 안달이다. 보고 있어도 잃어버릴 것 같아 불안해한다. △화장실 에티켓(상) : 공중 화장실에서 옆 칸에 있는 사람이 통화하고 있을 때 잠시 기다렸다가 물을 내리는 행위.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문자메시지를 거의 다 썼는데, 전화가 걸려오는 것. 최근에 다 된 밥 되살리기 기능이 있어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삼십육계: 지겨운 회의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면 문자를 보내는 척 알람을 맞춰놓는다. 알람이 울리면 전화가 온 양 “실례합니다”라며 회의실을 빠져나온다. 자주하면 탄로날 수 있으므로, 수위를 조절하자. △박애주의: 공공장소에서 위성 DMB폰을 꺼내어 나 아닌 다른 사람과 TV를 나눠보는 행위. △손톱깎기: 문자메시지를 보낼 때 엄지 손톱이 거슬리면 손톱을 깎을 때가 된 것이다. △문어발: 여행지에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자게 될 때 멀티탭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휴대폰 충전기들. △애인과 휴대폰의 공통점:
1. 처음에 무지하게 좋은데 시간이 지나면 무덤덤해진다.
2. 이것 저것 액세서리를 달면 예뻐 보인다.
3. 크고 두꺼운 것보다는 작고 얇은 게 훨씬 좋다.
4. 시간이 지나면 자꾸만 신형에게 관심이 간다.
5. 없으면 아쉽고 있으면 귀찮다.
6. 기능이 좋으면 디자인이 떨어지고, 디자인이 좋으면 기능이 떨어진다.
7. 디자인도 좋고 기능도 좋은 것은 무지하게 비싸다.
8. 능력 있는 놈은 디자인도 좋고 기능도 좋은 것을 갖는다.
9. 또, 능력에 따라서 여러 대를 가질 수도 있다.
10. 때에 따라서는 무기로 돌변하기도 한다.
11. 많이 사용하면 돈이 많이 든다.
12. 남이 내 꺼 쓰면 기분 나쁘다. 등등등...
여러분은 얼마나 동의하십니까? 이 ‘현대생활백서’를 보면서, 기자는 제일 먼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식물인간’은 어떻게 풀이할 수 있을까? 기자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식물인간: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오거나 잃어버린 뒤, 전화나 문자를 못받을 생각에 불안하고 도무지 집중이 안되서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는 상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휴대전화가 없다고 식물인간이 되고 마는 우리의 자화상? 여러분은 ‘현대생활백서’에 어떤 단어를, 어떤 풀이로 올리고 싶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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