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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구청 문화관에 ‘문화가 없다’

등록 2005-07-29 18:14수정 2005-07-29 18:18

관악문화관 7월 공연장 일정.
관악문화관 7월 공연장 일정.
다단계·입시학원 설명회… 자판기업자 위생교육…
 “요즘 통장에 매달 1천만원씩 들어오는 사업이 어디 있습니까? 우리 ○○사업이 바로 그런 사업입니다.”

12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림동 관악문화관 대공연장에서 한 남자가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이날 행사는 한 다단계 판매업체의 설명회였다. 4~50대로 보이는 300여명의 사람들이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이틀 뒤 이곳에선 한 입시학원의 설명회가 열렸다.

서울시 각 구청 산하의 문화관 운영이 겉돌고 있다. 문화관 공연 일수가 6개월에도 못미치는 곳이 허다하다. 더욱이 상당수가 지역주민의 문화 향유 기회의 확대라는 설립 취지와는 무관한 행사들이 많다.

관악구청이 2002년 233억원을 들여 지은 관악문화관(도서관 포함)은 올 상반기 동안 행사 일수가 111일이었다. 그것도 영화 상영 8일, 뮤지컬 공연 21일 등 순수 문화공연만 따지면 29일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사설학원 발표회, 교회 전도행사, 구청 행사 등이 차지했다. 문화관이 게시한 7월 공연장 일정표에도 어린이 뮤지컬 1건, 국악연주회 1건, 영화상영 1건 등 문화 관련 공연은 고작 3건 뿐이다. 이 밖에 다단계업체 주최 행사 2건, 쇼핑몰업체 정기총회 1건, 입시학원 설명회 1건, 고교 특별활동 1건 등이 잡혀있다. 구 조례는 문화관 설치 목적을 ‘무대예술의 공연, 학술·문화예술의 행사 등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활성화함으로써 지역사회의 문화예술 진흥’이라고 밝히고 있다.

공연등 순수행사 6개월에 50일도 채 안돼
설립취지 무색…주민참여·예산

다른 구청 문화관도 마찬가지다. 750석 규모의 공연장을 구비한 은평문예회관은 올 상반기 행사 일수 123일 가운데 영화상영 14일, 뮤지컬·연극 공연 23일, 무용과 노래자랑 7일 등 문화 관련 행사는 44일에 지나지 않았다. 나머지는 민방위 교육, 자판기업자 위생교육, 민간기업 워크숍 등 행사들로 채워졌다. 서대문문화체육회관도 올 상반기 문화 행사는 영화상영 12일, 뮤지컬·연극 3일 등 15일이었다.


문화관 담당자들은 건립에 수백억원을 쏟은 문화시설의 운영 실적이 저조하고 애초 취지와 달리 사용되는 것을 주민 참여 및 예산 부족 탓으로 돌렸다. 은평문예회관 관계자는 “구민들이 찾지 않으니 공연 수준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까 더 찾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관악문화관 관계자도 “예산이 적어 자체 기획공연을 할 수 없다”며 “운영실적을 위해 기업체 단합대회를 허용한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한 극단 대표는 “대관 신청을 해도 구청 행사에 밀려 연기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지자체들이 앞다퉈 문화시설 늘리기에만 치중했을 뿐 운영에는 공을 들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총장은 “어떤 지자체는 문화관 운영을 시설관리공단에 맡기기도 한다”며 “주민 성향이나 요구를 파악해 지역 특성에 맞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문화관들이 본보기 대상으로 삼고 있는 양천문화회관은, 올 상반기 125일 동안 뮤지컬, 오케스트라, 합창단 공연 등의 문화행사를 했다. 이 문화관 관계자는 “초기에는 이미 했던 공연을 반복하니까 관객이 줄었다”며 “공연을 엄선해 일정 수준을 유지했고, 좋은 공연은 사정을 해서라도 유치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문화관은 문턱을 낮춰 주민들이 조직한 ‘풀뿌리’ 공연을 활성화한 것을 비결로 꼽았다.

염신규 민족예술인총연합 정책기획팀장은 “문화관이 제 구실을 하려면 예산을 늘려 문화예술 전문인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전문성을 갖춘 민간 문화단체에 운영을 위탁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호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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