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앞 부실수사 규탄 이해찬 대표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와 의원 등이 14일 국회 본관 앞에서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수사 결과를 비판하며 ‘부실수사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윗선 못밝힌 불법사찰 재수사
검사·변호사가 본 ‘검찰 부실수사’
검사·변호사가 본 ‘검찰 부실수사’
서울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사건에 대해 검찰은 “국가가 미래 개발수익을 이명박 대통령 일가에 나눠준 걸 처벌할 순 없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만든 문건에서도 비선 보고의 최종 윗선으로 대통령을 명시했지만 검찰은 “청와대는 관련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 대통령과 관련된 민감한 사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수사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검사들이 ‘도대체 왜?’ 이런 실망스런 성적표를 내놓고 있는지 현직 검사와 검찰 출신 변호사들에게 물었다.
정권 임기 말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검찰이 권력에 굴욕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이 대통령이 인사권을 이용해 검찰을 여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부장검사만 돼도 1년마다 보직 이동이 있고, 인사만큼 공무원을 쉽게 길들일 수 있는 수단도 없다. 이명박 정권은 사실상의 ‘청부 수사’를 마다하지 않고 자신의 입맛에 맞게 이를 충실히 수행한 검사들에게는 좋은 보직으로 보상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피디수첩’ 피디들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이 기소됐고 수사에 앞장선 검사들은 모두 영전했다. 한 검사는 “죄 안 되는 걸 죄로 만들고 자기들 잘못한 건 죄 안 되게 하는, 법치주의의 개념이 없는 정권에서 검찰 수사는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출신 법무부 장관과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 대통령이 검찰을 대리통치하는 두 축이었다. 정권 초기에는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정권 중반에는 권재진 민정수석이 그 역할을 담당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민정수석에서 곧바로 법무부 장관으로 영전한 권 장관의 엄청난 영향력을 부인하는 검사는 없다. 한 검사는 “권 장관이 진작에 사임하고 검찰의 부담을 덜어줬어야 했다”고 말했다.
MB 인사권 무기 친정체제
일부 검사 출세욕에 눈치보기
“권재진, 진작 물러났더라면…”
강단있는 검사들 멸종위기에
측근 아닌 대통령 수사 ‘부담’
“특수청 신설 등 권한 쪼개야”
결국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검사들의 ‘출세욕’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의 한 중견 간부는 “이번 총선 결과를 보면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출세를 원하면 정권의 뜻에 반하는 수사 결과를 내놓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이번 정권 마지막 인사에서 좋은 보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검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직을 걸고 수사에 임하겠다는 강단 있는 검사가 사라진 현실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한 부장검사는 “인사가 정치논리로 휘둘리다 보니까 ‘직을 걸고’ 수사에 임하겠다는 강단 있는 검사는 다 떠나버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상황이 됐다”며 “가장 중요한 건 수사 의지로, 수사검사의 의지에 따라 사건이 호랑이도 됐다가 고양이도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이번에 사찰 문건 500건을 찾은 건 새로운 성과지만 처음에 검사 한 명과 수사관 한 명이 사찰 문건을 수사하다가 언론 보도가 나오니까 수사검사 5명을 투입하는 등 계속 한발 늦고 떠밀려서 수사하는 모양새를 보였다”며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찰이 보여준 태도가 신뢰를 못 주니까 결과를 뭘 내놔도 그렇게 두들겨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에 있을 때부터 불법 논란을 일으키는 이명박 대통령의 ‘특수성’에서 검찰 수사의 굴절 원인을 찾는 분석도 있다. 전직 검사인 금태섭 변호사는 “이전 정권에서도 검찰이 임기 말 대통령 측근 수사는 가혹하게 해왔는데, 내곡동 사건이나 민간인 사찰 사건은 모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연관돼 있는 사건”이라며 “아들 이시형씨나 정정길 전 비서실장 등을 소환 조사하면 사건이 이 대통령으로 직접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그걸 끊어주려고 소환 조사를 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검의 한 간부는 “관봉 5000만원을 입막음용으로 건넸다는 장석명 청와대 비서관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은데, 뭔가 확실한 것도 없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하게 되면 그 자체로 나라 꼴이 뭐가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범죄 혐의를 밝히는 검사 본연의 임무보다 ‘나라 걱정’이 앞서는 셈이다.
검찰의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대한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서울에 근무하는 한 부장검사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나 특별수사청을 만들어 검사의 기소독점 권한을 나누고 서로 경쟁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 변호사는 “직접수사는 경찰이 하게 하고 이를 검찰이 지휘하는 방식으로 서로 책임을 나누면 수사가 왜곡되는 경우가 줄어들 것”이라며 “청와대가 ‘여기만 누르면 된다’는 식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 평검사는 “피디수첩이나 미네르바, 정연주 사장 사건 등을 수사했던 검사들에게 확실하게 인사상 불이익을 줘야 앞으로 그런 수사를 하지 않게 될 것”이라며 ‘반면교사식’ 인사 조처를 주장하기도 했다.
김태규 김정필 황춘화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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