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에 없는 내용도 있는 것 같다”
옛 국가안전기획부의 불법도청 테이프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주말에도 수사팀 전원이 출근하는 등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우선 도청 테이프 내용 분석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 테이프와 녹취록 대조작업=검찰은 공운영씨 집에서 압수한 274개 도청 테이프가 13권짜리 녹취보고서에 그대로 담겨 있는지를 아직 확인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이프와 녹취록이 일련번호 등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것이 아니어서, 도청 테이프와 녹취보고서 내용을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도청 테이프와 녹취록의 관계에 대해 “겹치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씨가 압수수색이 예상되는 자신의 집에 이 자료들을 그대로 방치했기 때문에, 또다른 도청 테이프가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수사 보고는 어느선까지?=추가로 발견된 도청 테이프 내용의 메가톤급 파장이 예상되는 만큼 수사상황의 보고라인도 관심거리다. 현재 수사상황은 공안2부장-2차장에게서 보고받은 이종백 서울중앙지검장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직보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정례 보고 외에도 이종백 지검장이 한 차례 더 총장실을 찾기도 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도 통상적인 수사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가 대검 공안부에도 수사상황을 보고하고는 있지만, 도청 테이프 내용까지 보고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오는 4일 영장실질심사 앞서 공씨를 한 차례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공씨를 상대로 영장이 청구된 범죄혐의 외에 추가 도청 테이프 존재 여부, 도청내용을 근거로 정·관계 인사에게 협박행위를 했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 도청 테이프 청취도 논란거리=검찰의 도청 테이프 분석 행위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불법도청 행위의 공소시효(7년)는 이미 지나, 검찰이 불법도청 행위 자체를 기소할 수 없어 도청 테이프를 기소를 위한 ‘증거물’로 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검찰이 공씨를 삼성그룹의 비리를 담은 도청 테이프를 유포하고 삼성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려 했다는, 사전 구속영장 혐의로만 기소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공씨의 추가 공갈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 한 또다른 도청 테이프의 대체적인 내용도 공소장에 적시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검찰은 도청 테이프 유포행위 등 공씨의 직접적인 범죄행위와 관련되지 않은 도청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그대로 묻어버릴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 지역의 한 검사는 “내용을 본다는 것은 수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제행위”라며 “설령 압수물 분석 차원에서 내용을 보는 것이라고 해도, 내용 분석을 통해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 검찰은 당연히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규 석진환 기자 dokbul@hani.co.kr
이와 관련해 서울 지역의 한 검사는 “내용을 본다는 것은 수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전제행위”라며 “설령 압수물 분석 차원에서 내용을 보는 것이라고 해도, 내용 분석을 통해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면 검찰은 당연히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규 석진환 기자 dokb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