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전무 등 역할 분담해 투자자 90여명 속여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현대자동차 그룹 회사들의 임원을 사칭해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사기)로 정아무개(43)씨 등 2명을 구속하고 12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정씨 등은 현대모비스 사장, 비서, 현대차 부사장, 전무, 상무, 감사팀 부장, 대외협력부장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현대차 국외·국내특판 차량에 투자하면, 고액 배당금과 원금을 보장하겠다거나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 매점자판기 운영권이나 고철수집 사업권을 주겠다”고 속여 투자자 90명한테서 887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1991년 11월 현대차에 공채로 입사한 정씨는 2009년 9월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의 고철수집 사업과 매점자판기 관련 사업을 처리하면서 현대차 명의 문서를 위조하다 해임됐다. 이어 회사 사정에 밝은 점을 이용해 이런 사기 행각을 벌였다고 경찰은 밝혔다.
정씨 등은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려고 ‘투자해줘 고맙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다’라는 내용으로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의 편지를 위조해 전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 피해자들로부터 투자를 계속 받기 위해, 퇴사한 이후에도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와 현대차 마북연구소 빈 사무실에서 피해자를 만나고 출근시간 전에는 현대차 마북연구소 일반전화로 피해자들에게 전화하기도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현대기아차 남양기술연구소 한 직원은 현대차 매점자판기 사업권 가운데 대표이사 위임장과 매점 및 자판기 운영계약 서류를 위조해 정씨에게 건네줬고, 현대차 한 영업사원은 자기 회사 대외협력부장 행세를 하면서 현대차의 부지개발 사업이 있다고 속여 투자를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는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로비에서 현대직원 복장을 하고, 퇴사 때 반납하지 않은 사원증을 목에 걸고 다니며 현대차에 계속 근무하는 것처럼 행사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런 수법으로 모은 돈을 피해자들에게 배당금으로 주기도 했으며, 주식투자(100억원), 부동산 구입(20억원), 채무변제(30억원) 등에 썼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정씨를 붙잡는 과정에서 현금 1억원을 압수했으며, 206개 계좌를 추적해 28억원을 몰수했다. 용인/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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