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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권력의 치부’ 쥔 검찰주변 설·설·설…

등록 2005-08-01 14:16수정 2005-08-01 14:24

김영삼 전 대통령이 ‘21세기 경영인 클럽’이 제주 롯데호텔에서 연 제주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30일 오전 제주공항에 도착해 차에 오르고 있다. 그는 31일 포럼에서 강연을 마친 뒤, 재임 시절 저질러진 옛 국가안전기획부 불법도청 사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아이고, 날씨 참 덥다!”란 말말고는 일체 언급을 피했다. 제주/연합뉴스
김영삼 전 대통령이 ‘21세기 경영인 클럽’이 제주 롯데호텔에서 연 제주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30일 오전 제주공항에 도착해 차에 오르고 있다. 그는 31일 포럼에서 강연을 마친 뒤, 재임 시절 저질러진 옛 국가안전기획부 불법도청 사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지자 “아이고, 날씨 참 덥다!”란 말말고는 일체 언급을 피했다. 제주/연합뉴스
도청 내용, 압수 공개배경 둘러싸고 추측 난무

김영삼 정부 시절 정치권과 재계, 언론계, 재야 등 각계 각층을 광범위하게 도청한 것으로 추정되는 안기부 도청 자료가 검찰의 손에 무더기로 넘어가면서 그 내용과 공개 여부를 놓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검찰은 27일 미림팀장 공운영씨의 집에서 테이프와 녹취보고서를 압수한 뒤 그 내용은 물론 공씨가 반납했다고 주장하는 테이프의 복사본인지 여부, 향후 공개 방침 등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일부 내용은 현재 살아있는 정치, 재벌 권력의 치부와 관련된 내용일 수도 있어 `판도라의 상자'로까지 불리는 안기부 불법 도청 자료를 손에 쥔 검찰의 고민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 정치권 표적 도청이었을까 = 도청 내용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YS 정부가 야당 정치인들을 겨냥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YS정부가 탄생한 1992년에 해체됐던 미림이 정권의 핵심 관계자인 `누군가'의 지시로 2년여만에 재건됐다는 게 유력한 근거다.


불법 도청 자료를 넘겨받은 김대중 정부가 집권 초 도청 실태와 내용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을 텐데도 `침묵'한 것은 자료가 자신들의 치부를 담고 있었기 때문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소통령'이라 불렸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국정 농단'으로 비난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야당 정치인들이 주요 도청 대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 주변에서 흘러나오는 다수설이다.

그들 중 일부는 김대중 정부를 거쳐 지금도 정치에 몸담고 있는 인물일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검찰은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

그러나 언론을 통해 공개된 X파일에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의 대화가 담긴 점을 보면 야당 정치인에 대한 표적 도청과 함께 5대 그룹, 주요 언론사 등 `사찰' 성격의 광범위한 도청 자료가 검찰 압수물에 포함됐을 것이라는 추론도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나오고 있다.

◇ 검찰, `판도라 상자' 확보 왜 공개했나 = 국정원의 자체 진상 발표 전 검찰이 274개나 되는 도청 테이프와 3천여쪽 안팎의 녹취보고서 입수 사실을 전격 공개한 것을 두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당초 검찰이 압수 사실을 공개하지 않으려했으나 삼성 등 재계와 정치권, 언론에서 사실 확인이 들어오자 이를 전격 공개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또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는 삼성 관련 도청 자료 공개 이후 비난 여론이 삼성과 검찰, 중앙일보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물타기' 목적으로 자료 확보 사실을 공개했을 것이라는 시각도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판도라의 상자'를 확보한 사실이 공개된 뒤 삼성 관련 불법 도청 자료는 `무수한 도청 자료들 중 하나'가 됐고, 삼성은 `도청 피해자'라는 동정 여론도 조성돼 검찰의 `물타기론'이 힘을 얻었다.

`권력의 치부'를 한 손에 틀어쥔 검찰이 수사권 조정, 사법개혁, 공직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의 생존과 관련된 현안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는 호사가들의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판도라의 상자가 과연 검찰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무기인지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적지 않다.

도청 테이프 내용과 전혀 관련없는 정치권, 재벌의 부패 수사에 착수할 때마다 `테이프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편파 수사 시비가 생길 수 있고 검찰의 일거수 일투족이 도청테이프와 연관돼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정의를 위해 갈 뿐이다. 어차피 압수 사실은 공개해야되는 것 아니었느냐"며 공개 배경에 대한 의혹 제기를 일소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테이프 내용과 공개 여부에 대해 검찰이 계속 침묵하면 `유언비어'만 난무할 수 있는 상황을 감안,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 벌써부터 부분 공개론 등장 = 대화 내용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기 때문에 영원히 비밀에 묻힐 가능성이 크지만 도청 장소나, 도청 대상 등에 대해서는 `과거사' 규명 차원에서 공개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재벌이 `밀담'을 위해 사용했던 장소가 구체적이지는 않더라도 대략 밝혀질 수도 있고, YS 정부가 어떤 계층을 중심으로 도청했는지도 정리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밀담 장소를 특정해서 실명으로 밝힐 수도 없는데다 도청 대상 범위는 어느 정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뤄진 이상 그 정도의 내용 공개가 진상 규명과 대국민 해명에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도청 내용 중 범죄 관련 혐의가 뚜렷하다면 검찰이 그 세부 내용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 삼성 도청 테이프 미리 알았나 = 도청 테이프로 삼성측을 협박한 혐의로 구속된 박인회씨의 변론을 맡은 강신옥 변호사는 "박씨가 이 부회장을 만났을 때 이 부회장이 다른 사람에게 전화해 `여기 비슷한 게 또 있는 것 같네'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 당시 다른 경로를 통해 비슷한 도청 자료가 유포됐을 가능성을 짐작케 해주는 대목이다.

삼성이 또 박씨 등의 요구를 한 마디로 거절하고 곧장 박씨 등을 국정원에 신고한 것을 두고도 국정원을 통해 도청 내용 유출 정보를 미리 입수하지 않았겠느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재미교포인 박씨는 삼성측을 협박했던 테이프의 내용을 CD 2장에 담아 미국 자신의 집과 은행 금고 등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문제의 CD에 삼성 관련 내용 외에 다른 내용도 담겨 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지만 강 변호사는 "박씨는 공씨 심부름만 했기 때문에 언론에 보도된 그 테이프 내용만 CD에 옮겼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구속된 박씨를 상대로 문제의 CD 회수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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