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의 여동생 성녀(.출생연도 불명~1954) 여사의 묘지가 반세기 동안 방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일 후손들에 따르면 안 여사는 1954년 부산 영도구 신선동 2가 2 자택에서 사망했으며 현재 부산 남구 용호동 천주교 교회묘지에 안장돼 있다.
안 여사의 묘는 당초 부산 영도구 청학동에 있었으나 1974년 이 곳에 부산체고가 들어서면서 현재의 위치로 이장됐다고 후손들은 증언했다.
묘지에는 `안누시아성여지묘'(누시아는 안 여사의 세례명)라고 적힌 묘비가 세워져 있다.
하지만 이곳이 안중근 의사의 유일한 여동생의 묘지라는 사실이 알려지지 않아 묘지 전체가 수풀에 뒤덮이고 봉분도 곳곳에 훼손된 채로 방치되고 있다.
안 여사의 손자 권혁우(61.부산 남구 대연동)씨는 "해방 후 김구 선생의 주선으로 서울에 살던 할머니가 한국전쟁 때 부산으로 피난왔다"며 "당시 부산시장이 직접 챙겨줄 만큼 신경을 많이 썼는데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세인의 관심에서 멀어졌다"고 말했다.
권씨는 "독립운동가였던 아버지(권헌.1980년 사망)께서 `생전에 대가를 바라고 독립운동을 한 것이 아니다. 독립운동가 집안이라고 세상 사람들에게 떠들지 마라'고 유언을 남기셨기 때문에 지금까지 할머니의 묘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안 여사의 며느리 오항선(95) 할머니는 "시어머니는 안의사 여동생이라는 이유로 일제의 감시와 갖은 탄압을 받으면서도 독립군을 몰래 도왔다"며 "한번은 일본놈들에 잡혀 9일 동안 감금돼 있다가 구사일생으로 탈출했다"고 전했다.
안 여사는 슬하에 1남 3녀를 뒀으나 모두 사망했고 장남 권헌씨와 결혼한 오항선 할머니 사이에 장남 권혁우씨 등 1남 2녀가 생존해 있다.
건설일용노무자로 일하고 있는 권혁우씨는 보훈청과 은행 등에서 대출을 받아 마련한 25평짜리 빌라에서 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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