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유가족 막은 인권위 ‘두개의 문’

등록 2012-07-09 20:01수정 2012-07-09 22:36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현병철 위원장 면담을 요구하며 닫힌 유리문 앞에 서 있다. 이들은 현 위원장이 용산참사 관련 안건 처리를 막은 이유를 밝히고 유가족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현병철 위원장 면담을 요구하며 닫힌 유리문 앞에 서 있다. 이들은 현 위원장이 용산참사 관련 안건 처리를 막은 이유를 밝히고 유가족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용산참사 아내들 면담 요구에
현병철 “사전약속 안돼” 거절
위원장실·회의실 비상구 잠가
‘두 개의 문’은 닫혀 있었다. 위원장 사무실의 문도, 사무실로 향하는 비상구의 문도 닫혀 있었다. 용산참사 유가족 4명을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만나주지 않았다.

2009년 1월20일 새벽 서울 용산 남일당 건물 옥상에서 농성하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사망한 이들의 아내 4명은 9일 오후 2시께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을 찾았다. 이상림(당시 72살)씨의 아내 전재숙(68)씨, 양회성(당시 58살)씨의 아내 김영덕(58)씨, 윤용헌(당시 49살)씨의 아내 유영숙(53)씨, 이성수(당시 51살)씨의 아내 권명숙(50)씨 등은 이날 오전 현 위원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미리 약속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현 위원장은 2009년 12월, 용산참사로 구속된 철거민과 관련한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위원 다수가 재판부에 인권위 의견을 내자고 했는데도 “독재라도 어쩔 수 없다”며 폐회를 결정해 안건 상정을 막은 바 있다. 지난 4일엔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문>을 보려고 극장을 찾았다가 관객의 항의에 떠밀려 쫓겨나기도 했다.

연임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용산참사 영화를 보겠다고 나섰던 현 위원장은 이날 방문한 유족들을 만나주진 않았다. 유족들을 막으려고 인권위는 이날 오후 2시께부터 엘리베이터를 12층까지만 운행했다. 위원장실이 있는 13층으로 통하는 비상구까지 걸어 잠갔다. 칠순을 앞둔 전재숙씨는 출입문을 거칠게 두드리며 울부짖었다. “열어! 문 열어! 잘못한 게 없으면 왜 문을 잠그냐고!”

오후 3시께 유족들은 전원위원회에 참석하는 현 위원장을 만나려 했으나, 12층 회의장으로 향하는 비상구 역시 닫혀 있었다. 인권위 직원이 “면담 절차를 지키라”고 하자, 아내들은 “절차 밟아서 사람 죽였냐”고 분노했다. 유족들은 오후 6시까지 4시간 넘게 닫힌 문을 두드렸지만, 문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현병철 연임 반대 공동행동’의 명숙 활동가는 “오후 2~3시에는 현 위원장에게 아무런 일정이 없었는데도 단 5분, 10분도 내주지 않았다”며 “지난 3년간 진상 규명을 위해 싸워오면서 국회의원이나 장관도 유가족을 이렇게 문전박대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현 위원장은 전원위원회가 끝난 오후 5시께 내부 계단을 통해 유가족 몰래 건물을 빠져나갔다.

마침 이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는 성명을 내어 “현 위원장은 지금껏 제 역할을 하지 못하여 인권을 모독해온 것에 대한 자기반성이자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를 위해 제 옷에 맞지 않는 옷을 벗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용산참사 1심 재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참사 당시 입은 부상으로 인해 항소심까지 구속집행이 유예됐던 철거민 지아무개(43)씨와 김아무개(55)씨의 항소심 재판이 10일 열린다. 당시 망루에서 떨어져 다리와 척추 등을 다친 이들은 각각 10차례와 7차례의 수술을 받으며 1년이 넘도록 항소심 재판을 받지 못했다. 재판을 하루 앞둔 9일에는 선처를 호소하는 시민들의 탄원서 6418장이 법원에 제출됐다. 탄원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등도 참여했다.

진명선 박태우 기자 torani@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손학규 “박근혜도 유신 피해자…연민 느낀다”
스무디 마시던 유학생, 스무디킹 본사 오너되다
불황일수록 여성 치마 짧아진다더니… ‘노출 마케팅’ 경쟁
‘체르노빌’ 26년 지났어도…방사능 600배 멧돼지 출현
[화보] 더울 땐, 물놀이가 최고!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