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경기도 평택시 미군기지(K-55) 주변 로데오거리에서 미군 헌병들이 한국인들에게 수갑을 채워 강제로 끌고 가고 있다. 당시 주민이 찍은 동영상에는 권총을 찬 미군들이 항의하는 시민의 가슴팍을 강하게 밀치는 등 오히려 민간인들을 위협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건 당시 한 주민이 찍은 동영상 갈무리
실제론 시민들 112신고 따른 것
“수갑 풀라는 요구도 무시” 증언
휴대폰 동영상들 분석 결과
시민보다 미군이 더 위협적
“수갑 풀라는 요구도 무시” 증언
휴대폰 동영상들 분석 결과
시민보다 미군이 더 위협적
‘민간인에 수갑’ 사건 조사
경기도 평택에서 주한미군 헌병들이 민간인들을 수갑 채워 기지 쪽으로 끌고 간 행위를 두고 ‘정당한 공무집행에 따른 정당방위’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군 헌병들이 민간인들을 힘으로 제압하고 수갑을 강제로 채운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당시 경찰의 대응도 미온적이었던데다, 사후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는커녕 갈피를 못 잡고 혼선까지 빚고 있다.
10일 평택경찰서와 평택시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 5일 저녁 8시15분께 경기도 평택시 미7공군 부대(K-55) 앞 이른바 ‘로데오거리’에서 권총으로 무장한 미군 헌병들이 주차 문제로 시비가 붙은 민간인들을 거칠게 제압해 수갑을 채운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군 헌병들은 ‘시민들의 거친 행동에 위협을 느껴 수갑을 채워 부대까지 끌고 갔다’고 경찰에서 진술했으나, 경찰이 확보한 시민들의 휴대전화 동영상 등에는 권총을 찬 미군들이 항의하는 시민의 가슴팍을 강하게 때리듯 밀치는 등 오히려 민간인들을 위협하는 장면이 생생히 담겨 있다.
또 미군 헌병들이 불법 주차된 양아무개(35)씨의 차량을 이동하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빚어졌지만, 미군에는 불법 주정차 단속 권한이 없었다. 평택시 교통행정과 관계자는 “미군은 주정차 단속과 관련해 어떠한 권한도 없다”며 “이동 주차 요구나 단속은 분명한 월권”이라고 말했다.
미군 헌병들의 거짓말도 드러났다. 미군들은 양씨와 시비를 벌이다 ‘(사건 해결을 위해) 한국 경찰을 불렀으니 기다리라’고 했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의 출동은 사건 당일 저녁 8시35~36분 4차례에 걸친 시민들의 112 신고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미군의 요청이 없었던 것이다. 미군이 민간인 체포를 정당화하려고 거짓 진술을 한 셈이다.
진상을 밝혀야 할 경찰도 허둥대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9일 “수갑 찬 한국인을 미군기지 쪽으로 이동하자고 요구한 것은 우리 경찰”이라며 “당시 모여든 군중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 5일 저녁 8시39분께 사건 장소에 경찰이 출동했을 당시 양씨는 이미 미군 부대 쪽으로 끌려간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평택경찰서 관계자는 “경찰관 도착 당시 양씨 연행에 항의하던 또다른 민간인 신아무개(42)씨가 미군한테 제압당해 땅바닥에 넘어진 상태였고, 군중이 몰려들었다”며 “이어 부대 정문 쪽의 미군 무전을 받은 헌병들이 신씨를 부대 쪽으로 끌고 가 경찰관들이 줄곧 석방을 요구했으나 무시당했다”고 밝혔다. 경찰 보고 체계에 적잖은 혼선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찰은 사건의 진상을 명확하게 가리기 위해 10일 현장검증과 목격자 조사를 마친 데 이어 시민들이 촬영한 휴대전화 동영상 등 3~4개를 정밀 분석하고 미군을 포함해 관련자들을 모두 불러 재조사할 방침이다.
평택/김기성 이경미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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