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와 한자리에' 지난 2010년 7월17일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맨 왼쪽)가 브로커이자 사채업자인 박아무개(오른쪽 두번째)씨 등과 함께 태백사랑산악회 3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범계 의원실 제공
사채업자 브로커와 중학교 동문
함께 매입 아파트 실제 거주 안해
‘개인비리’라던 제일저축은 수사
넉달 뒤 불법대출·로비 드러나
함께 매입 아파트 실제 거주 안해
‘개인비리’라던 제일저축은 수사
넉달 뒤 불법대출·로비 드러나
김병화(57·인천지검장) 대법관 후보자가 제일저축은행의 브로커 노릇을 하다 구속된 사채업자 박아무개(61)씨와 오랫동안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나, 대법관으로서 부적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사채업자 브로커와 부동산 투기도 함께? 브로커 박씨와 김 후보자는 모두 강원도 태백 출신으로 같은 중학교를 나왔다. 박씨는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려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사채업자로, 김 후보자와 같은 검찰 고위인사가 가까이 하기에는 부적절한 인물이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박씨가 회장을 맡은 재경태백시민회의 감사를 맡았다. 김 후보자와 박씨는 한 달에 한 번씩 함께 등산을 했다. 심지어 두 사람은 10여년 전 각자의 부인 명의로 서울 서초동의 고급 아파트를 사흘 간격으로 나란히 구입하기도 했다. 2001년 12월 김 후보자는 서초동 ㅎ아파트 에이(A)동 401호를, 박씨는 같은 동 601호를 구입했다. 이 아파트는 62평(205.67㎡) 넓이의 대형 아파트로 현재 시가는 20억원에 이르는데, 김 후보자는 이 아파트에 잠시도 거주한 적이 없다.
11일 인사청문회에서 이 아파트를 박씨와 함께 구입한 이유를 추궁당하자 김 후보자는 “처가 한 일이라서 잘 모른다”고 답했다.
■ 수사 진행중일 때 수십차례 통화 김 후보자와 박씨의 ‘부적절한 통화’는 지난해 9월 시작된 대검찰청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합수단)의 수사로 드러났다.
앞서 김 후보자가 의정부지검장을 맡고 있던 지난해 3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은 제일저축은행의 고양버스터미널 사업 불법대출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이미 제일저축은행의 부실이 곪을 대로 곪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언제든지 검찰 수사가 제일저축은행의 불법대출 전반으로 확대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유동천(72) 제일저축은행 회장은 당시 브로커 박씨에게 검찰의 수사가 확대되지 않도록 김 후보자에게 부탁해달라고 했고, 김 후보자에게 전달할 2000만원을 박씨에게 줬다고 합수단 조사에서 시인했다. 이즈음 브로커 박씨의 부동산에 대한 제일저축은행의 95억원 근저당권이 해지됐다. 김 후보자는 당시 박씨와 수십차례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건 관련 청탁을 받은 사실은 부인했다.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은 “브로커의 전화를 받은 것이 확인됐는데도 검찰은 왜 김 후보자를 조사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 “브로커 박씨의 로비는 성공한 로비” 결국 고양지청은 지난해 5월3일, 600억원을 불법대출해준 대가로 상품권 1억4000만원어치를 받은 제일저축은행 전무 유아무개(51)씨와 유씨에게 상품권을 전달한 업체 대표 공아무개(51)씨를 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수사 결과 발표 뒤 하루 만에 제일저축은행에서 1600억원의 예금이 빠져나가는 ‘뱅크런’이 일어나자, 고양지청은 보도자료를 내어 “검찰 수사는 제일저축은행 임직원 등의 개인비리에 한정된 것이었고, 전반적인 부실·불법대출 여부에 대해서는 수사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긋기까지 했다.
이후 제일저축은행에 대한 수사는 김 후보자의 손을 떠나 대검 합수단으로 넘어갔다. 한 달여에 걸친 수사 끝에 합수단은 지난해 10월26일, 고객 1만4000여명의 명의를 도용해 1400억원대의 불법대출과 횡령을 저지른 혐의 등으로 유동천 회장을 구속 기소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고양지청의 수사를 막는 누군가가 있었고, 그 누군가는 수사를 막을 만한 힘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은 “브로커 박씨의 로비는 성공한 로비”라고 말했다.
■ 태백시장 인사비리 사건 무마 의혹도 김 후보자가 2010년 강원경찰청 광역수사대의 태백시장 인사비리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은 박종기(64) 당시 태백시장이 승진을 대가로 부하 공무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태백관광개발공사에서 횡령 등 비리가 있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검찰이 박 전 시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수차례 기각한 끝에 내사종결됐다. 최근 다시 수사에 나선 춘천지검은 지난 9일 박 전 시장과 건설업체 대표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2010년 수사 당시 김진만 태백부시장이 김 후보자에게 부탁하러 간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부시장과 김 후보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이다.
윤형중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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