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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BBK 가짜편지도 “배후 없다”…홍준표 등 모두 무혐의

등록 2012-07-12 19:07수정 2012-07-12 22:43

검찰, 5년 진실공방 허망한 마침표
물증·압수수색 없이 양승덕씨 ‘기획자’로 지목
신명씨가 주장한 ‘배후’는 꾸며낸 이야기 추정해
홍전 의원 기획입국설만 허위주장 확인한 셈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는 2007년 대선 직전에 불거진 이른바 ‘비비케이(BBK) 가짜편지’ 명예훼손 사건 관련자를 12일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은 가짜편지의 ‘기획자’로 양승덕(59) 경희대 행정실장을 지목하고, 그 배후는 없다고 결론내렸다.

검찰은 양씨가 김경준(46·수감중)씨의 감옥 동료인 신경화(54·수감중)씨의 동생 신명(51)씨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이용해 한나라당 쪽에 공을 세우기 위해 편지의 초안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작성된 ‘가짜편지’를 양씨한테서 순차적으로 전달받은 김병진(66) 두원공대 총장(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 특보), 은진수(51·수감중) 전 감사원 감사위원(당시 비비케이 대책팀장), 홍준표(58) 전 새누리당 대표(당시 클린정치위원장)는 이 편지의 작성자를 신경화씨로 알았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그러나 대선판을 흔들었던 가짜편지 사건이 한 평범한 대학 교직원의 ‘출세욕’에서 시작됐다는 검찰의 설명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 결론이다.

■ 양승덕의 원맨쇼? 배후는 없다? 검찰은 양씨가 ‘가짜편지’의 아이디어를 신명씨에게 제공하는 등 가짜편지의 탄생에 주도적인 구실을 했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 수사 결과를 보면, 신명씨는 강도상해죄를 저지르고 미국으로 도망갔다가 붙잡힌 형 신경화씨가 2007년 10월 국내로 송환되기 전부터 신경화씨의 미국 지인 추아무개씨한테서 김경준씨와 관련된 내용을 듣게 된다. “이명박이 비비케이의 실소유자다. 내가 증거를 가지고 한국에 가면 엠비(MB)는 끝난다. 누나(에리카 김)가 정치인과 영사관 관계자를 만났다”는 내용이었다. 신경화씨가 국내로 송환된 뒤에는 당시 여당인 대통합민주신당 쪽 이아무개 변호사가 신명씨에게 신경화씨 무료변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신명씨는 대학 시절부터 도움을 받은 경희대 교직원 양씨에게 이런 내용을 전하며 상의했으며, 양씨는 이를 이용해 ‘가짜편지 공작’을 시작한다.

양씨는 “나의 동지 경준에게”로 시작해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이곳 분위기는 그것이 아니고”, “그 약속들도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네”라는 내용이 담긴 편지 초안을 작성하고, 신경화씨가 김경준씨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베껴쓰라고 신명씨에게 지시했다. 양씨는 이렇게 작성된 편지를 김병진씨에게 건넸고, 김씨를 통해 이 편지가 엠비 캠프로 전달됐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검찰은 ‘김경준씨가 당시 여권과 짜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에게 타격을 가하려고 입국한다’는 가짜편지가 신경화씨의 지인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근거로 작성된 것인 만큼, 양씨가 비록 ‘가짜편지’를 만들기는 했지만 명예훼손 혐의로 처벌은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가짜편지 사건이 양씨에게서 시작됐다고 밝혔지만, 초안 작성자가 양씨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직접적인 물증이나 진술은 없다. 신명씨의 진술은 2007년 11월 초, 양씨가 건넨 ‘워드로 작성된 편지 문구’를 건네받았다는 것뿐이다. 양씨는 “신명씨가 그런 편지를 써 왔길래 ‘너무 빠져들지 말라’고 한 적은 있지만 초안을 잡아준 적은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신명씨에게 초안을 건네준 사람을 양씨라고 볼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이 양씨의 ‘개인플레이’라고 확인되지는 않은 것이다. 워드로 작성된 문건이라면 컴퓨터 압수수색 등을 통해 양씨가 작성한 게 맞는지 확인할 수도 있지만, 수사팀은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검찰은 “처음에 김병진씨를 통해 전달된 이 편지를 은 전 위원이나 홍 전 대표가 ‘못 믿겠다’며 면박을 준 점 등에 비춰 한나라당이나 다른 관계자가 편지 작성을 기획했거나 전달 과정에 개입할 여지가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 홍준표·은진수는 몰랐다? 검찰은 ‘가짜편지’가 홍 전 대표와 은 전 위원 등한테 전달됐다가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여러 차례 퇴짜를 맞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홍준표 전 대표한테 모멸감을 느낄 정도로 무시를 당했는데 그렇게 면박을 주더니 결국 가짜편지를 흔들더라”고 진술했다고 한다. 김씨의 계속된 상황 설명으로 은 전 위원이 가짜편지의 신빙성을 인정하게 됐고, 결국 은 전 위원의 설득으로 홍 전 대표도 가짜편지의 진정성을 믿게 됐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홍 전 의원은 대선 직전 조작된 편지를 흔들면서 기획입국설이라는 허위주장을 한 셈이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이명박 후보와 김경준씨의 결별은 거짓이다’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중인 정봉주 전 의원과는 상반된 처지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검찰은 “정 전 의원의 보좌관이 전자우편으로 보낸 자료에는 그 주장을 허위로 볼 수 있는 자료가 있어 허위 인식이 명백했지만, 홍 전 대표는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어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 뒤 기획입국설 수사가 시작되자 양씨가 “이상득·최시중·신기옥(이 대통령 동서)이 핸들링하고 있으니 검찰에 가서 조사받으라”고 말했다는 신씨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신명씨를 안심시키려고 양씨가 꾸며낸 얘기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배후설’에 대해 깊이 들여다볼 필요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은 다만 가짜편지를 전파해달라는 김씨의 부탁을 받은 강아무개 특보가 신기옥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신씨가 “그건 비비케이 대책팀과 얘기하라”고 답변했다는 점은 확인했다.

기획입국설의 피해자이기도 한 야당은 검찰의 이번 수사 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디도스 사건은 ‘윗선’ 없고, 불법사찰 사건은 ‘배후’ 없고, 내곡동 사저는 ‘혐의’ 없다던 검찰이 드디어 비비케이 가짜편지에 대해서는 ‘책임질 사람’ 없다며 국민들을 바보 취급했다”고 논평했다. 김태규 김보협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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