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센카’의 이사 니시자키 마사오(52)
간토대지진 조선인 희생자 추모단체 ‘호센카’의 마사오 이사 서울에
봄이면 일본 도쿄 스미다구 야히로 주택가 한편엔 봉선화가 한무더기 피어난다. 대도시인 도쿄에서 좀체 보기 힘든 꽃을 피워내는 건 사단법인 ‘호센카’(봉선화)다. 양심적 일본인들이 모여 만든 호센카는 1923년 간토(관동)대지진 당시 살해당한 조선인 유골을 발굴하고 생존자의 증언을 채록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82년부터는 30년 동안 해마다 추도식을 열었고 지역의 축제 기간엔 조선인 희생자를 상징하는 봉선화 씨앗을 나눠주고 있다. 2009년 8월엔 당시 학살의 현장으로 지목된 스미다구에 추도비도 세웠다.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을 알게 된 이상 사실을 밝히기 위한 일을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16일 서울 홍은동 서대문구청에서 만난 이 단체의 이사 니시자키 마사오(52·사진)는 단호하게 말했다. 니시자키는 추도비 바로 옆 주택에 살며 추도비를 돌보고 있다. 소재지인 스미다구에 대신 관리를 맡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몇 년째 답이 없다.
결국 그는 스미다구와 자매결연을 한 서울 서대문구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지난 15일 회원들과 한국을 찾았다. ‘호센카’ 회원들이 스미다구에 추도비 관리를 요구하는 것은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역사에 일정한 책임을 지라”는 촉구이기도 하다. 스미다구 쪽은 “증거 자료가 없다”며 학살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이날 낮 호센카 회원들을 만난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분명하고 강력하게 스미다구에 추도비 관리를 맡아달라고 요청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에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적힌 말뚝을 묶어두고 간 일본 극우인사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니시자키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갖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우익이) 말뚝을 박아 피해자한테 상처를 입히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우려했다.
간토대지진 때 희생된 조선인의 규모는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 내년이면 대학살이 일어난 지 90년이다. 그 진실을 드러내려는 노력을 30년 동안 벌여온 ‘호센카’ 회원들은 아직 못다 한 일이 많다고 했다. 니시자키는 “살고 있는 집을 기증해 작은 추모공원을 만들고 재정 여건만 허락된다면 간토대지진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사진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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