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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이냐 공익이냐

등록 2005-08-01 19:35수정 2005-08-01 21:38

검찰·법원 “위법정보 유포 통비법 위반” 변호사 · 학자 “기자보도는 정당행위 간주”
검찰이 이상호 <문화방송> 기자에 대해 형사처벌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언론의 이번 불법도청 자료 보도를 처벌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실정법에 충실하게 처벌을 할 것이냐, 아니면 보도 자체의 공익성을 감안해야 하는 것이냐”로 요약된다. 그러나 양쪽의 주장이 팽팽해 검찰의 기소 여부 결정 단계부터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정법 위반 처벌 불가피”=보도의 공익성은 인정하지만, 개인의 사생활 보호 역시 양보할 수 없는 권리라는 점에서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위법한 정보를 얻은 것까지 보호하면 법적 안정성을 해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지금까지 보도된 내용에 법조항을 적용해 보면 처벌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위법한 정보를 취득한 것까지 보호해줘야 한다면 정보 내용과 성질에 따라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을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기준이 모호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 명예훼손이 공익에 부합할 경우 죄를 면해주는 ‘위법성 조각사유’를 얘기하지만, 명예훼손 문제가 아니라 통비법인 만큼 여기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를 수사중인 검찰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김종빈 검찰총장(오른쪽)등 검찰 수뇌부가 1일 낮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안기부 불법도청 테이프\'를 수사중인 검찰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김종빈 검찰총장(오른쪽)등 검찰 수뇌부가 1일 낮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구내식당으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도 “위법성 조각사유는 주로 명예훼손죄에 적용하는 것”이라며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한 통비법이 위헌이 아닌 이상 실정법 위반 행위의 처벌은 옳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차병직 변호사는 “공익성이나 중대성이 있었다고 해도 보도를 하지 않으면 국가가 위난에 처한다든지 하는 위급한 사유가 없는 이상 형법의 위법성 조각사유를 통비법에 적용하기는 힘들다”며 “도청행위를 처벌하지 않을 수 있는 조항을 따로 만들어둔 독일 형법과 달리 우리 법에는 그런 단서조항이 없기 때문에 통비법에 의한 처벌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공익 위한 사실보도 처벌 안돼”=일부 변호사와 학자들은 비록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볼 측면이 있지만, ‘공익을 위한 보도행위’는 철저히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내용을 공개한 것이라면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용환 변호사는 “형식논리로 보자면 통비법 위반이 맞지만 헌법의 ‘표현의 자유’나 형법의 위법성 조각사유 등을 감안하면, 합법은 아니지만 위법이 아니라고 볼 여지가 있다”며 “테이프 내용에 담긴 범죄행위를 숨기지 않고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내용을 공개한 것인 만큼 무죄를 주장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기 연세대 법대 교수도 “이 기자의 보도를 통해 국가의 불법도청 행위와 공익에 부합하는 내용들이 세상에 알려졌다”며 “기자의 보도행위 자체는 위법성이 없는 업무행위로, 형법에 나와 있는 ‘정당행위’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허일태 동아대 법대 교수는 이 사안을 단순한 형식논리로 보지 말고, 보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익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만일 국가기관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권탈취 등을 한 것이 도청이 됐고, 이를 공익을 위해 보도한 것을 처벌할 수 있겠느냐”며 “통비법도 법익 간의 균형성과 비례성의 원칙을 충족해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규 황예랑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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