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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조폭 대학생, 입시 브로커에 ‘교수 몰카’ 까지

등록 2012-07-17 13:35수정 2012-07-18 10:08

무용과 입학시켜주겠다 1억 받아
교수 술집 유인해 여종업원과 올려보내
몰래 카메라 촬영해 협박하다 체포
“여기저기 소문나봐야 깡패놈인 제가 더러워지겠습니까, 교수님 명예가 더러워지겠습니까?”

조직폭력배 출신의 지방대학생 박아무개(31)씨는 지난 5월, 서울에 있는 ㄱ사립대학 체육학과 ㄴ 교수에게 이런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가 ㄴ 교수를 협박하며 요구한 돈은 2억원이었다. 이들 사이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건은 지난해 9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씨는 ㄱ대학 위탁교육 과정에서 체육학과 이아무개 교수의 수업을 들으면서 사제의 연을 맺었다. 그러고는 대학 입학을 미끼로 학부모한테서 돈을 챙기는 ‘작업’에 들어갔다. 박씨와 이 교수는 ㄱ대 무용학부 입시에 떨어진 재수생 어머니 장아무개씨에게 접근했다. 경기 성남시 정자동에 있는 일식집에서 장씨를 만난 이 교수는 박씨를 “ㄱ대 재단 이사장을 모시고 있는 최측근이고 무용 쪽에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분”이라고 소개했다. 박씨는 이어 “저도 이런 일은 잘 안 하는데 방법이 있기는 하다. 무용실기 시험을 볼 때 심사 위원들에게 미리 작업을 해두면 된다”며 ‘작업비’로 1억원을 요구했다. 장씨는 그해 10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5000만원씩을 자신의 차 안에서 박씨에게 건넸다.

박씨는 ㄱ대 체육대학 보직교수인 한 교수를 로비 대상으로 선정하고 장씨 딸의 입학을 청탁했지만 거절 당했다. 그러자 ㄴ교수의 약점을 잡아서 이를 이용하려고 마음 먹었다. ㄴ교수에게 접대를 하겠다며 서울 서초동의 술집으로 유인했고 술에 취한 ㄴ 교수를 여종업원과 함께 호텔 객실로 올려보냈다. 박씨가 미리 전원스위치 모양의 몰래카메라를 설치해놓은 방이었다. 촬영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로비는 성공하지 못했고 장씨의 딸은 무용학부 입시에서 떨어졌다. 장씨는 박씨에게 1억원을 내놓으라고 독촉했다. 1억원을 탕진하고 다급해진 박씨는 지난 5월 한 교수의 체육학과 사무실로 찾아가 ‘동영상 시디(CD)’를 책상 위에 던지며 “한 번 보고 얘기하시죠! 성관계 안 했다고 해서 괜찮겠습니까? 유포되면 망신당할 텐데 괜찮겠습니까?”라고 소리쳤다. “일주일 주겠다”며 사무실을 나온 박씨는 이후에도 ㄴ 교수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협박을 계속했다. 그러나 ㄴ 교수는 반응이 없었다. 속이 타던 박씨는 ㄴ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우연히 피시방에 갔는데 내가 앉은 컴퓨터 바탕화면에 ‘○○대 ㄴ△△’이라고 쓰여있고 여자랑 호텔에서 얘기하고 있는 화면이 깔려있다. 이 동영상이 학교 홈페이지나 인터넷에 유포되지 않으려면 7000만원을 해외계좌로 입금하라”고 독촉했다. 계속된 협박에 시달리던 ㄴ 교수는 박씨를 경찰에 고소했고 박씨는 지난달 구속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 고기영)는 17일, 박씨를 사기와 공갈미수, 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박씨와 함께 ‘대학입학을 시켜주겠다’며 장씨에게 접근한 이 교수는 경찰이 사기 혐의로 수사 중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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