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종북 낙인’ 안보강연 실시
강연자 “북지령에 남남갈등 유발”
인권단체 “왜곡된 이데올로기” 비판
강연자 “북지령에 남남갈등 유발”
인권단체 “왜곡된 이데올로기” 비판
법무부가 교도소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통합진보당·민주노총·전교조 등을 종북세력으로 비난하는 안보강연을 교화 프로그램이라는 명목으로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구속노동자후원회·인권연대·민주노총 등 12개 인권·시민단체들은 18일 “재소자들의 교화를 담당한 교정당국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채 일부 야당과 노동단체들을 ‘종북세력’으로 매도하는 안보 순회강연을 진행해왔다”며 사례를 공개했다.
이 단체들이 제시한 사례를 보면, 19대 총선 직후인 4월16일 부산교도소는 120명의 재소자들을 대상으로 안보강연 전문가 신아무개씨의 안보강연회를 열었다. ‘대한민국 안보의 현주소’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신씨는 “이번 총선에 통합진보당이라는 게 생겼는데 예의주시해야 한다. 간첩 지령을 받고 있는 곳으로, 대한항공 858기 폭파사건을 아직도 당시 정부가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통합진보당 의석이 지난 총선에 비해 두배 늘었는데 쉽게 말해 암세포가 증식한 것”, “통합진보당·민주노총·전교조는 대표적인 종북세력 침투 단체들”이라는 말을 했다고 구속노동자후원회 등은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지난 수십년 동안 해마다 한차례씩 전국 교도소에서 안보강연을 벌여왔고, 신씨는 같은 내용으로 전국 14개 교도소에서 강연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재소자를 상대로 안보강연을 해왔다는 사실을 법무부 스스로 인정한 것인데, 시민단체들은 “법무부의 안보강연은 ‘교화나 사회적응능력 함양’과는 아무 관련 없는 정치적 목적의 왜곡된 이데올로기 주입 교육으로, 재소자들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14개 교도소에서 안보강연을 한 신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전교조나 통합진보당 전부가 그렇다는 게 아니라 그 안의 일부 과격분자들이 암암리에 개입해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문제라는 취지였다”며 “구속노동자후원회 등이 강의의 일부분을 비약해 왜곡했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신씨의 강의는 북한 실상을 재소자들에게 알리는 통상적 안보강연”이라며 “강사 선정은 법무부가 하지만 강의 내용까진 일일이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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