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로 사망한 고 이성수씨 부인 권명숙씨가 지난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참고인 자격으로 하는 발언을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후보가 굳은표정으로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정치권 ‘불가론’ 무시 청와대 쪽 “그냥 임명하면 돼”
380개 시민단체 “새누리당 연임반대 분명히하라”
380개 시민단체 “새누리당 연임반대 분명히하라”
이명박 대통령이 국내외 인권단체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병철(68)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사회는 ‘파렴치한 행태’라며 실망과 분노로 부글부글 끓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8일 “청와대가 현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철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대법관은 국회에서 표결을 하지만 현 후보자는 장관과 마찬가지로 청와대에서 그냥 임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의 지적은 있었지만, 직무 수행에 결정적인 하자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380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현병철 인권위원장 연임 반대와 국가인권위 바로세우기 전국 긴급행동’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병철 위원장은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해 인권위의 조사 대상이며, 탈북자 신상을 공개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사법처리 대상자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새누리당은 ‘현병철 방탄정당’이 되지 않겠다면 지금이라도 연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말했다.
특히 현 위원장이 청문회에서 한 발언들을 두고 거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인권위 집무실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덕수궁 대한문 쌍용자동차 노조 농성장을 ‘밥 먹고 지나가본 적이 있다’고 했다. 청와대를 17번 드나드는 동안 농성장을 한번도 가지 않은 건 인권위 존재 자체를 필요없는 것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인 박주민 변호사는 “청문회 과정에서 슬쩍 넘어간 새누리당도 두고두고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학자들은 현 위원장의 논문표절이나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등을 문제 삼았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직자로서 적절한지 의문인 사람을 청와대가 감싸는 것은 이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국격’을 실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국제앰네스티가 현 위원장의 연임을 반대하고 나선 데 대해 “국제사회는 독재자 수준이 아니면 남의 나라 인물을 비판하지 않는 게 관례”라며 “현 위원장의 결격 사유가 분명함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미 엄지원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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