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10년 한국생활 끝낼 참인데…” 중국동포 무너진 귀향 꿈

등록 2012-07-22 19:20수정 2012-07-23 16:10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인 거리’에 있는 직업소개소를 찾은 중국동포들이 12일 오후 한 잡화점 앞에 앉아 일감을 기다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 ‘중국인 거리’에 있는 직업소개소를 찾은 중국동포들이 12일 오후 한 잡화점 앞에 앉아 일감을 기다리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공사현장 거푸집 깔려 사망
부인 병원비 등 위해 한국행
큰아들 부부도 입국 돈벌어
“중국 돌아가 모여살자 했는데”
지난 20일 오후 2시20분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 신축공사 현장의 거푸집(철근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해 모양을 잡아주는 나무틀)이 무너졌다. 현장에서 일하던 중국동포 전아무개(55)씨가 그 아래에 깔려 세상을 떴다. 현장을 살펴본 경찰은 “매우 참혹한 상태였다”고 전씨의 마지막을 전했다.

중국 헤이룽장성에서 아내 김아무개(49)씨와 농사를 짓던 전씨는 10여년 전 한국에 들어왔다. 농사를 짓는 것만으로는 고등학생이던 두 아들의 학비를 댈 수가 없었다. 아내가 심장병을 얻어 함께 농사를 짓기도 힘든 처지였다. 전씨는 한국에 들어와 목수로 일했다. 중국에서 농사를 지으며 가끔 목수일을 했던 전씨는 일을 빠르게 익혔다. “솜씨 좋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유족과 동료들은 전씨가 이번 여름에 세운 계획을 들려줬다. 오는 12월이면 전씨의 방문취업비자가 만료될 터였다. 그 김에 전씨는 길고 길었던 한국 생활도 청산할 생각이었다. 아내가 지난해 뇌종양까지 생겨 수술을 받기도 했지만, 병원비 1000만원 정도만 해결하면 중국 생활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장성한 큰아들(30)도 한국에서 함께 돈을 벌며 전씨를 거들었다. 큰아들은 동생(28)에게 어머니의 병간호를 맡기고 지난해 10월부터 아내와 함께 한국에 들어와 경기도 안산의 한 자동차부품공장에서 일했다. 아버지 전씨는 올겨울이 시작되기 전에 모두 중국 고향에 돌아가 한집에 모여살자고 아들에게 말하곤 했다.

문화방송 사옥 신축공사는 전씨가 택한 마지막 일감이었다. 지난 20일 새벽 전씨는 서울 구로구 남구로역 인근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었다. 새벽마다 중국동포 400여명을 포함해 500여명이 몰려나와 일감을 구하는 곳이다. 전씨는 마침 경험 있는 목수가 필요했던 ‘십장’의 눈에 띄어 동료 목수 10명과 함께 문화방송 사옥 건설 현장에 나갔다. 전씨를 뺀 10명 가운데 5명도 중국동포였다. 내년 3월까지 공사가 예정돼 있으므로 별문제만 없다면 중국에 돌아갈 때까지 계속 일할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전씨는 공사장에 처음 일을 나간 날 사고를 당했다. 사고를 목격한 한 동료는 “일을 빨리 하려고 7층 높이의 거푸집 위에 철근을 3~4t가량 무리하게 올려놨다”며 “무게를 적당히 나눠 두지 않아 하중을 못 이긴 거푸집이 무너졌고 6층에서 못을 가지러 걸어가던 전씨가 깔려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당시 공사 현장에는 안전요원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사를 맡은 ㅎ사 관계자는 “경찰에서 관련 내용을 수사하고 있기 때문에 사고 원인 등을 말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22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큰아들은 “비자 갱신이 필요할 때만 중국을 찾으며 10여년간 가리봉동 쪽방에서 아버지 혼자 외롭게 살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중국으로 돌아가 이제는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겠다고 꿈에 부풀어 있었는데….” 그는 말을 더 잇지 못했다.

숨진 전씨는 2000년대 들어 급증하고 있는 건설현장 사망 이주노동자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집계를 보면, 이주노동자의 산업재해 발생 건수는 2005년 2517건에서 2009년 5231건으로 갑절 이상 늘었고 사망사고도 같은 기간 74명에서 101명으로 증가했다.

외국인노동자의 집 이선희 목사는 “국내 체류 중국동포는 50만~55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40대 이상인 15만여명은 대부분 일용직으로 일한다”며 “2002년 이후 건설현장에서 사망해 우리가 장례를 치른 중국동포 등 이주노동자만 2000여명”이라고 말했다. 정환봉 김지훈 엄지원 기자 bong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다른 대선주자들이 비난해도…안철수 힐링캠프 “본방사수”
암컷을 말 그대로 ‘낚는’ 열대어
CCTV 설치된 올레길 걷게될까?
“10년 한국생활 끝낼 참인데…” 중국동포 무너진 귀향 꿈
[화보] 런던이 당신을 부른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