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영화의 한 장면을 모방해 임산부를 협박·감금한 대부업자가 실형을 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 윤태식 판사는 불법 고리대부 행위를 신고한 임산부를 협박·감금한 혐의(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기소된 대부업자 김아무개(31)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판결문을 보면, 김씨는 지난해 7월 피해자 ㄱ(32)씨에게 원금 200만원을 빌려주고 52회에 걸쳐 총 120%의 이자를 받아챙겼다. ㄱ씨는 김씨를 불법 대부업자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를 받은 김씨는 앙심을 품고 지난 4월 ㄱ씨를 서울 노원구의 자신의 친구 이아무개(31)씨의 원룸으로 유인했다. 이씨로 하여금 정수기 영업사원인 ㄱ씨에게 접근해 고객인 척 가장하고 청정기와 연수기를 설치하겠다고 하도록 시킨 것이다.
김씨와 친구 이씨는 임신 4개월인 ㄱ씨를 강제로 의자에 앉히고 식칼로 위협한 뒤, 30분간 불을 끈 채 피를 뽑겠다며 주방의 수돗물을 틀어놨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여주인공이 아이 유괴범을 복수하는 장면을 따라, 대형 투명 비닐을 바닥에 깔아놓고 수술용 장갑을 책상에 올려놔 공포심을 극에 달하게 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행위는 채권추심의 일환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과했고, ㄱ씨가 이후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의 협박을 당한 점 등을 감안해 엄벌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를 도와 피해자를 유인하고 위협한 혐의로 기소된 이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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