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와 한자리에’ 지난 2010년 7월17일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맨 왼쪽)가 브로커이자 사채업자인 박아무개(오른쪽 두번째)씨 등과 함께 태백사랑산악회 3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박범계 의원실 제공
김병화 임명제청에서 사퇴까지
저축은행 브로커와 유착관계
잦은 통화·아파트 구입 확인
위장전입 등 의혹 꼬리물어
여당서도 ‘불가론’ 들끓는데
권 장관 “손색없다” 발언도
저축은행 브로커와 유착관계
잦은 통화·아파트 구입 확인
위장전입 등 의혹 꼬리물어
여당서도 ‘불가론’ 들끓는데
권 장관 “손색없다” 발언도
‘최악의 대법관 후보자’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끊임없는 의혹에 휩싸였던 김병화(57·전 인천지검장) 대법관 후보자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김 후보자의 임명제청과 낙마 과정은 대법관 임명 시스템의 허점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특히 김 후보자를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한 권재진 법무부 장관의 책임론이 불가피해 보인다. 막판까지 김 후보자 임명을 밀어붙이려던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도 정치적 부담을 지게 됐다.
■ 김 후보자 추천한 권재진 장관 김병화 후보자는 지난 10일 퇴임한 검찰 출신 안대희 대법관의 후임으로 추천됐다. 애초 전·현직 대검찰청 차장 등 고검장급이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추천 명단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인 권재진 법무부 장관이 최종적으로 추천한 검찰 출신 인사는 안창호 서울고검장, 김홍일 부산고검장, 김병화 인천지검장 등 3명이었다. 지검장급인 김병화 검사장이 추천 명단에 포함된 것은 이례적이었다. 검찰과 법원 주변에서는 권 장관의 뜻이 일찌감치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 후배인 김 지검장 쪽으로 굳어졌다는 해석이 나왔다.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추천 명단을 보자마자 일부 대법관들은 권재진 장관의 의중이 실린 김병화 인천지검장이 후보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전했다. 결국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6월5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김 후보자를 검찰 몫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제청했다.
■ ‘브로커와 친분’ 끝없는 의혹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김 후보자에 대한 온갖 의혹이 쏟아져나왔다. ‘결정타’는 제일저축은행 브로커 박영헌(61)씨와의 관계였다.
김 후보자의 고향(강원도 태백) 선배인 박씨는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이 제일저축은행 불법대출을 수사중이던 지난해 4월 유동천(72)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김 후보자를 통한 수사 무마 청탁 대가로 2000만원을 받았다. 박씨는 당시 의정부지검장이던 김 후보자와 수십차례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고양지청은 이 사건을 제일저축은행 임원의 개인비리로 결론내고 수사를 종결했다. 하지만 5개월 뒤 대검찰청이 나선 수사에서 유동천 회장의 1400억원대 불법대출과 횡령이 드러났다. 김 후보자를 통한 박씨의 로비가 성공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청문회 이후에도 검증작업이 이어지면서, 브로커 박씨가 고향 태백의 여러 비리사건 수사 무마에도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도 박씨가 김 후보자와 접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럼에도 권 장관은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업무현황보고에서 “김병화 후보자가 일부 불미스런 일들은 사과했고 그 정도 하자라면 대법관 후보로서 크게 손색이 없다”고 말해 야당 의원들한테서 뭇매를 맞았다.
■ 여론악화에 부담 느낀 정치권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인사청문회 직후 일찌감치 김 후보자에 대해 ‘임명동의 불가’ 당론을 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최근까지도 임명동의안 처리를 강행하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지난 24일 이한구 원내대표 주재로 원내대책회의를 열어 대법관 후보자 4명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7월 안에 처리한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하고, 강창희 국회의장에게 표결에 부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강 의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임명동의안 처리는 8월로 미뤄졌다. 청와대는 침묵으로 김 후보자를 지원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의혹으로 여론이 나빠지자 새누리당에서는 몇몇 의원들이 모여 ‘김병화 대법관 불가론’으로 의견을 모은 뒤 이한구 원내대표 등에게 이를 전달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황영철 의원은 26일 “기류를 보니 청와대도 고민하고 있는 거 같고, 나름 조처가 취해질 가능성도 있는 것 같아서 하루만 더 기다려보자고 했다”며 “그러나 조처가 이뤄지지 않을 때는 내일 아침 일찍 성명을 발표하기로 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시간이 갈수록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오는 상황에서 사필귀정”이라며 “본인이 자진사퇴한 것은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유신재 성연철 기자, 여현호 선임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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