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산사태 발생 1주기인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우면산 사고현장 인근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왼쪽)이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우면산 산사태 1주기 추모식
흐느낌은 멈출 줄 몰랐다. 헌화와 분향이 시작되자 흐느끼던 울음은 곡소리처럼 커졌다. 산사태로 숨을 거둔 15명의 위패 위로 흰 국화가 하나씩 쌓일 때마다 오열이 터져나왔다. 자녀를 잃은 한 유족은 위패를 부여잡은 채 쓰러졌다.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우면산 자락에서 ‘우면산 산사태 1주년 추모식’이 열렸다. 1년이 지났지만 슬픔은 가시지 않았다.
아들을 잃은 임방춘(66)씨는 지난 1년이 “악몽”이었다고 했다. 한 중견기업 과장으로 일하던 임씨의 아들(35)은 지난해 폭우를 맞으며 집안으로 흘러들어오는 물을 막다가 산사태로 쓸려온 나무더미에 깔려 숨을 거뒀다. 임씨는 “생활이 다 무너지고 왜 살아야 하는지 회의도 들었지만 너무 억울해서 같이 죽을 수도 없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송아무개(44)씨는 17개월 된 아들을 잃었다. 송씨가 일을 하러 집을 비운 사이에 물길이 들이닥쳤다. 당시 임신 9개월이던 부인(37)은 두 아이를 안은 채 가재도구를 밟고 2층 침대로 올라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붙들고 있었다고 생각한 둘째가 보이지 않았다.
송씨는 “지난 1년 동안 하루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다”며 “아내는 하루가 멀다하고 가위에 눌리거나 악몽을 꾸다 잠에서 깬다”고 말했다. 송씨는 “부인이 수시로 악몽 때문에 잠에서 깨지만 무슨 꿈을 꿨는지 차마 물어보지 못한다”며 “우리 부부는 아직까지 그날 일에 대해서 말을 꺼내는 것조차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식에 참석한 유족들은 “서울시가 우면산 산사태를 천재지변으로만 몰아서는 안 되며 철저한 원인 조사를 통해 사실을 규명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추모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원인조사와 복구에 많은 의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당시 희생이 헛되지 않게 안전한 서울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정환봉기자 bong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23억 로또가 가져온 불행…당첨자 목욕탕에서 목 매
■ “춘향 따먹으려는 이야기…” 김문수표 ‘애드립’이 문제
■ 다윈도 골머리 앓았던 ‘개미의 이타성’
■ MBC 수백억 적자났다더니…임원진 125% 상여금 지급
■ [화보] 여유 만만, 런던의 오후
■ 23억 로또가 가져온 불행…당첨자 목욕탕에서 목 매
■ “춘향 따먹으려는 이야기…” 김문수표 ‘애드립’이 문제
■ 다윈도 골머리 앓았던 ‘개미의 이타성’
■ MBC 수백억 적자났다더니…임원진 125% 상여금 지급
■ [화보] 여유 만만, 런던의 오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