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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주민 목숨걸고 포탄 치울때 정부는…”

등록 2012-08-01 19:17

지난달 31일 경기 화성시 우정면 매향리 옛 미 공군사격장 주민대책위원회 사무실 앞에는 주민들이 직접 농섬과 주변 갯벌 등에서 수거한 훈련용 폭탄(BDU-33) 등 폭탄 잔해물들이 더 이상 둘 곳이 없을 정도로 빼곡이 쌓여 있다.
지난달 31일 경기 화성시 우정면 매향리 옛 미 공군사격장 주민대책위원회 사무실 앞에는 주민들이 직접 농섬과 주변 갯벌 등에서 수거한 훈련용 폭탄(BDU-33) 등 폭탄 잔해물들이 더 이상 둘 곳이 없을 정도로 빼곡이 쌓여 있다.
국방부, 미군 잔해물 수거 않고
농섬 오염흙 반출해 정화키로
주민들 “사실상 섬 없애는 꼴”
평화공원도 돈 없어 착수 못해
폭격장 폐쇄 7년째 매향리의 한숨

“4년 동안 주민들이 포탄 3만개를 목숨을 걸고 건졌는데 정부는 도대체….”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군 전투기들이 포탄을 퍼붓던 경기 화성시 매향리 농섬. 지난달 31일 물이 빠진 갯벌을 따라 2㎞를 걸어 도착한 섬 곳곳에는 여전히 포탄이 박혀있다. 밤낮없는 폭격으로 섬이 3분의 1로 줄어들고 ‘민둥산’이 된 정상에는 10여그루의 앙상한 매화가 시들시들하다. 포연 대신 매화 향기가 퍼지길 바라는 주민들의 갈망이라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매향리 14대 토박이인 주민 최희일(73)씨는 “미군들이 농섬 주변 갯벌에 던지고 간 포탄 잔해물을 수거해달라는 주민들 요구는 외면한 채 역사의 표식인 농섬을 없애려 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국방부 쪽은 앞서 지난달 27일 화성시에 “농섬 오염 추가 정밀조사에서 48개의 조사지점 중 39곳에서 중금속인 납과 카드늄, 구리가 허용기준치를 넘었다”고 보고했다. 납의 최고 오염 농도는 이 지역 허용 기준치(200㎎/㎏) 보다 59배, 카드뮴은 1.7배, 구리는 1.4배를 넘었다. 국방부는 바지선을 이용해 오염토양을 육지로 반출하는 오염 제거안을 제시했다. 농섬의 오염토양 면적은 9749㎡로, 간조시 드러나는 곳을 포함하면 섬 전체가 해당된다.

폭격장이 폐쇄되고 7년째, 바지락을 캐는 어민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는데 매향리 소속 3개 어촌계에서 600여명 정도가 바지락과 굴로 생계를 잇는다고 한다. 그러나 섬 주변으로 물이 빠지면 포탄 잔해물이 드러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매향리 평화마을 건립 추진위원회’의 전만규 위원장은 “미군의 자체 조사에서 폭격장 잔해물 수거에 4년간 700억원이 든다는 결과가 나왔다는데 지난 2005년 8월 폭격장이 폐쇄되자 미군들은 그대로 내뺐다”며 “그래서 정부에 농섬 주변의 포탄 잔해물 수거와 오염방지책을 요구했으나 답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2009년부터 주민들이 컴바인 등을 개조해 겨울철 마다 직접 수거에 나서면서 지금껏 거둔 것만도 무게 10㎏ 안팎의 모의 훈련용 폭탄(BDU-33) 2만5000여개 등 3만여개에 이른다.

매향리 평화생태공원 조성계획도 제자리 걸음이다. 정부는 매향리에 있는 국방부 소유의 97만여㎡를 공원 60%, 레저용지 40%로 개발한다는 발전종합계획을 마련했지만, 자치단체의 막대한 재정부담 때문에 한발도 못나갔다. 매향리 토지매입비는 1167억원, 기반 공사비는 851억원에 이르지만 국·도비 지원은 424억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1594억원은 고스란히 화성시 몫이다. 뿔난 화성시는 정부의 레저용지 개발안을 없애고 전체 부지를 공원용지로 바꾸는 도시기본계획 변경안을 경기도에 냈다.

공원용지로 묶으면 국비와 도비 지원액이 424억원에서 707억원으로 300억원가량 늘기 때문이다.

채인석 화성시장은 “폭격장 때문에 매향리 주민들은 50여년 간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했다”며 “서울 용산 미군기지는 정부가 전액 토지 매입 비용을 대주면서 화성시에는 돈 내고 땅을 사가라는 것은 대단히 지역 차별적이고 형평에 안맞는다”고 말했다.

화성/글·사진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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